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던 상선을 공격한 것으로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보복 공습과 반격이 이틀째 이어지며 호르무즈해협의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버지니아주 골프장에서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길에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이란 군사시설에 대한 보복 공습을 명령한 뒤 “이란이 존재하지 않게 될 수 있다”고 위협을 가했고, 이란은 중동 내 미군 기지에 대한 이틀째 보복 공습과 함께 아예 협상 자체를 중단할 수도 있다고 맞대응했다. 호르무즈해협을 놓고 반복되는 군사적 충격이 격해지면서 이르면 29일로 예정됐던 후속 실무회담부터 불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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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존재하게 않게 될 것”…“외교 완전중단 될 것”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상선에 대한 이란의 계속되는 공격에 대한 직접 대응으로 이란을 공습했다”며 “이란의 정찰 인프라, 통신 시스템, 방공 기지, 드론 저장시설 등 10개의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특히 이날 공습이 군 통수권자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명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른 보복이란 점을 강조한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SNS에 이란에 대한 군사적 접근 가능성을 시사하며 ″그럴 경우 이란이 존재하지 않게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 SNS
중부사령부의 성명이 나온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우리가 아주 성공적으로 시작한 일을 군사적으로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올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이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17일 양측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이후 대(對)이란 강경 발언을 자제해왔던 것과는 명확히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가 나온 중동에 위치한 미군 시설을 겨냥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정면대응했다. IRGC는 “미국 공습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쿠웨이트 알리 알 살렘 공군기지와 바레인 살만항의 미 해군 제5함대 기지 등 미군 주요 인프라 시설 8곳을 파괴했다”고 주장하며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는 며칠 동안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 중부사령부가 26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이란 내 미상의 장소에서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확인된다. 미국은 26일과 27일 이란의 상선 공격과 중동 내 미군 시설에 대한 공습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란의 군사시설에 대한 공습을 가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IRGC는 특히 “미국이 양국 간 휴전 합의를 계속 위반할 경우 모든 외교 절차를 전면 중단하겠다”며 협상 자체를 중단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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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호르무즈 합의’…무한 보복전 반복
양해각서 체결 9일만에 극단적인 대치 국면으로 전환된 원인은 호르무즈해협의 관할권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이란은 지난 25일 “우리의 허가 없이, 또는 지정된 항로를 벗어나 해협을 통과하려 시도할 경우 그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해당 선박에 있다”며 미국이 주도한 오만쪽 항로로 운항하던 민간 선박 ‘에버러블리’호에 드론 공격을 가했다.
유조선 한 척이 25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자 미국은 26일 호르무즈해협 개방에 합의한 이란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며 이란의 미사일드론 저장시설과 해안 레이더 기지를 타격했다. 이란은 즉각 바레인에 위치한 미국 해군 기지에 대한 공격으로 응수했고, 27일 파나마 국적의 유조선 ‘키쿠’호에 재차 공격을 가했다. 이어 미국의 이날 추가 공습과 이란의 미군 기지 타격 등 보복과 재보복이 반복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CNN·AP통신 등은 “이란은 상선들을 무력으로 위협해 유지해 온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종전 이후까지 계속 밀어붙여 영구화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모호한 종전 MOU 합의가 충돌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양측이 합의한 MOU에는 핵문제를 포함한 사실상의 ‘본협상’이 진행되는 60일간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되, 이란과 오만이 해협의 ‘미래 관리 방안’을 정립하는 내용이 담기는 등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통제권을 사실상 묵인하는 듯한 표현이 명기됐다. CNN은 “사실상 이란에 공식적인 해협 관리 역할을 부여한 셈”이라며 “핵심 쟁점을 명확히 정리하지 않고 성급히 체결한 합의가 이란의 해상 통제 시도에 명분만 쥐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이란과의 첫 고위급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만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관할권을 무력화하기 위해, 이란을 통하지 않는 오만쪽 항로의 통행량을 높이기 위한 군사적 보호 조치에 돌입했다. MOU 합의 이후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된 상선들은 이란의 통제권을 우회해 오만쪽 항로를 이용하고 있었다. 만약 오만 항로의 통행량이 늘어날 경우 이란의 노리고 있는 매년 수십조원 이상의 사실상의 ‘통행료’를 부과하기 위한 명분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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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중단” 위협…협상 재개 불투명
호르무즈해협의 관할권을 놓고 협상 중단 가능성까지 시사한 군사적 대치 상황이 지속된면서 오는 29일 또는 30일로 예정된 미국과 이란의 후속 실무회담이 재개될지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버지니아주 골프장에서 백악관으로 이동하는 도중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의 입장에서 호르무즈해협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무 협상을 재개할 경우 협상의 의제가 호르무즈해협 문제에 묶여 정작 논의해야 할 이란의 핵프로그램 관련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란 역시 MOU 합의를 파기하고 사실상 전쟁으로 복귀하기는 부담스럽지만,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관할권을 인정 받은 상태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할뿐 아니라 미국과 인식의 격차가 크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7일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미국의 대이란 봉쇄 해제를 골자로 한 MOU에 합의했고, 지난 21일 스위스에서 첫 고위급 협상을 시작으로 60일간 본협상 개념의 후속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과 이란이 협상 일정에 합의하고도 호르무즈에서 군사적 대치를 벌이는 상황에 대해 MOU라는 낮은 단계의 합의로 성사된 이번 종전의 한계가 현실화한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