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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는 SK하이닉스...메모리 기업들이 월가로 향하는 이유

중앙일보

2026.06.27 23:01 2026.06.2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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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세계 최대 자본시장인 미국 나스닥에 입성한다. 티커는 'SKHY'. 다음 달 10일부터 거래를 시작하는 ADR은 단순한 해외 상장이 아니다. ADR의 구조와 가격 결정 방식, 그리고 메모리 기업들이 잇달아 월가로 향하는 이유를 글로벌머니클럽이 정리했다.



월가로 향하는 메모리 기업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다음 달 미국 나스닥에 ADR(미국 주식예탁증서) 방식으로 상장한다. 이번 상장을 통해 최대 45조4534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ADR(American Depositary Receipt)은 미국 투자자가 해외 기업 주식을 미국 증시에서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미국 주식예탁증서다. 실제 주식은 본국에 보관하고, 미국에서는 이를 담보로 발행한 예탁증서를 달러로 거래한다. 미국 투자자는 환전이나 해외 계좌 개설 부담 없이 해외 기업에 투자할 수 있고, 기업은 세계 최대 자본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이번 ADR의 실물 담보 역할을 하는 주식은 SK하이닉스 보통주 최대 1779만 주다. 지난 23일 종가(255만5000원)를 적용하면 총 45조4534억원 규모의 예탁증서가 발행된다.



왜 지금 ADR인가

경기도 용인시 SK하이닉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공사 현장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인근에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조성을 추진 중이다. 김정훈 기자

경기도 용인시 SK하이닉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공사 현장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인근에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조성을 추진 중이다. 김정훈 기자

시장도 이번 ADR 상장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미국 마이크론과의 HBM 경쟁,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충북 청주 신규 공장, 미국 인디애나 패키징 생산기지 등 AI 시대 메모리 반도체 설비 투자 규모가 수백조원대로 불어나면서 대규모 투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ADR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대당 6000억원에 달하는 ASML의 최신 극자외선(EUV) 장비 구입 등 설비 투자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EUV 장비 등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장비 대부분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미국 증시에서 직접 달러를 조달하는 것이 환율 리스크와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탈출할까

미 증시 진출을 계기로 해외 경쟁사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평가)을 받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마이크론을 압도하는 매출·영업이익·기술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PER(주가수익비율)에 머물러 있다. 마이크론은 물론, 상장을 앞둔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마저 SK하이닉스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다. 뉴욕 증시 입성을 계기로 마이크론과 같은 기준에서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전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 역시 ADR 상장을 계기로 대만 증시에 상장된 본주의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일본을 대표하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 역시 내년 봄 ADR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ADR 상장도 가능한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어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택했다.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담보로 맡기는 대신 신규 주식을 발행해 이를 담보로 미국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지분율과 함께 주당순이익(EPS)도 줄어들지만 시장은 오히려 이번 ADR 상장을 호재로 보고 있다. 신규 주식 발행 소식이 나온 뒤에도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25일 장중 29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 가격은 같을까

미국에서 상장되는 SK하이닉스 예탁증서 1주당 원주 전환 비율은 0.1주로 정해졌다. 이론적으로 미국에서 SK하이닉스 ADR 10주를 모으면 SK하이닉스 원주 1주로 바꿀 수 있고, 반대로 SK하이닉스 원주 1주를 맡기면 ADR 10주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그늘도 있다. ADR 상장을 위해 기존에 없던 주식이 새로 발행되는 만큼 최대 수량이 발행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약 2.44% 희석된다.

코스피에서 거래되는 SK하이닉스 원주와 미국에서 거래되는 ADR 가격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다. 핵심은 한국 주식을 미국 ADR로 얼마나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비율(2.44%)이 작다지만, 한국 본주와 미국 ADR 가격 사이에 괴리율이 발생할 때마다, 국내 주식 수급이 흔들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TSMC다. 1997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ADR을 상장한 TSMC는 대만 금융당국이 ADR의 본주 전환을 사실상 제한하면서, 미국 ADR이 대만 본주보다 최대 수십 퍼센트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이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다. 미국 ADR이 더 비싸지만 이를 대만에 있는 TSMC 주식으로 자유롭게 바꾸기 어려워 사실상의 '이중 가격'이 형성된 것이다.

SK하이닉스도 관건은 전환 가능성이다. 국내 주식과 미국 ADR을 얼마나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을 지가 아직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만약 전환이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된다면 TSMC처럼 미국 ADR에만 큰 프리미엄이 붙는 현상은 피할 수 있다. 25일 블룸버그는 국내외 헤지펀드들 사이에 신규 물량을 넘어 코스피의 기존 SK하이닉스 상장 주식까지 ADR로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다만 ADR과 본주 전환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는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ADR은 양날의 검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또 미국 투자자 유입과 거래 활성화, 기업가치 재평가를 기대할 수 있지만 글로벌 헤지펀드의 공매도 대상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미국에 상장된 이상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시·회계 기준을 일정 부분 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 집단소송 리스크 등 미국 시장의 높은 규제 비용도 함께 감수해야 하는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SK하이닉스에 앞서 ADR을 상장했던 일본 소니와 중국 알리바바도 미국에서 집단소송을 당해 막대한 합의금을 지급한 바 있다.

☞글로벌머니클럽(GMC)=중앙일보가 블룸버그와 함께 만드는 미국 주식 정보 플랫폼입니다. 월가의 시각을 담아낸 글로벌 마켓 뉴스를 엄선해 선보입니다. 주요 증권사 MTS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희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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