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열린 신앙과 자유 연합의 2026년 정책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토끼(전통적 지지층)’ 결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하락하자 반(反) 이민·보수 기독교 정서를 가진 지지 세력에 호소하는 정책에 시동을 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클라호마주 경찰관 출신 랜스 슈로이어를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후보자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랜스는 오클라호마에서 29년간 법집행에 몸담은 경력이 있고 살인범, 강간범, 마약밀매범 같은 불법 외국인들을 전례 없는 속도로 구금·추방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물”이라며 “상원은 랜스를 즉각 인준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슈로이어는 해병대원 출신으로 오클라호마주 공공안전부 비상대응부서에서 재난 대응, 시민 소요 사태 진압, 이민 단속 등 특수 작전 부대를 지휘했다.
신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국장 후보자로 지명된 랜스 슈로이어. 로이터=연합뉴스
국토안보부 산하 기관인 ICE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경한 단속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지난 1월 미네소타주에서 단속에 반대하는 미국인 2명이 ICE요원 총격에 사망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티 노엄 국토안보부 장관을 지난 3월 경질하는 등 여론을 의식해 정책 속도 조절에 나섰다. ICE 역시 미네소타주 총격 사건 당시 국장 대행이던 토드 라이언스가 지난달 사임하고 데이비드 벤투렐라가 자리를 맡고 있었다.
CNN에 따르면 ICE 국장은 상원 인준을 받아야 정식 취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ICE에 대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견해차가 큰 탓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이후 상원 인준을 받은 국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 이민자 구금·추방 경력이 있는 슈로이어를 트럼프 대통령이 정식 국장 후보자로 선임한 건 다시 이민 단속의 고삐를 당기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를 통해 지지층의 반이민 정서를 일깨우려는 전략이란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는 불법이민자 대규모 추방을 공약으로 내세워 백악관에 복귀했고, 이민세관집행국(ICE)은 그 공약을 실행하는 핵심 기관”이라며 “ICE는 미네소타주 사망 사건 이후에도 이민 단속 요원들이 각 주에 배치되는 등 구금 전략은 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복음주의 기독교인 결집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회원 수 300만 명을 보유한 미 최대 보수 기독교 단체 ‘신앙과 자유 연합’ 행사에 참석해 ‘종교자유위원회’보고서 초안을 전격 공개했다.
종교자유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설립한 연방정부 자문기구로, 위원 대다수가 보수 성향 기독교인으로 구성돼 있다. 당초 비공개였던 행사를 공개로 전환하며 배포된 이 보고서엔 “정교분리 원칙이 종교와 정치의 단절이 아닌, 적극적인 협력 차원에서 이해돼야 한다”라고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 의료, 복지 등 공공 영역에서 종교적 표현과 행위를 존중하고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담겼다. 미국 국민은 종교를 필수적 버팀목으로 여겨야 하며 창조주를 항상 기억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 26일 미국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열린 신앙과 자유 연합의 2026년 정책 콘퍼런스에서 한 참석자가 기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선 정교분리가 헌법에 직접 명시돼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가 종교를 설립할 수 없다는 헌법상 문구와 연방대법원 판례를 통해 그 취지가 이어져 왔는데 보고서는 이 관례에 반기를 든 셈이다.
비영리단체 ‘종교간연합’의 폴 라우셴부시 대표는 “기독교 민족주의자의 좁은 세계관에 따른 보고서이자 극우 성향 종교단체가 밀어붙여 온 분열적 희망사망”이라며 미국 내 종교적 다양성이 보고서에 반영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독교 국가로서의 미국’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워싱턴DC에서 기독교 신앙을 토대로 미국이 건국됐다고 역설하는 대규모 기도회가 열렸다. 백악관 지원을 받는 미 건국 250주년 기념 단체 ‘프리덤 250’이 주최한 이 행사엔 트럼프 대통령과미 국무·국방장관 등 정관계 핵심 인사가 줄줄이 축사했다.
이는 핵심 지지층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결집을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앙과 자유연합 행사에서도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등 민주당 내 민주사회주의자들을 ‘공산주의자’라 비난했다. “민주당은 공산당”이란 구호로 중간선거 프레임을 짜려는 것이다. 랄프 리드 신앙과 자유 연합 의장은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를 넘는 것은 비상사태”라며 “트럼프의 발언은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의 메시지”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