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3일(현지시간) 스위스 알프스에서 가장 오래된 빙하인 푸르카패스 인근 글레치 위쪽에 있는 론 빙하 일부가 녹는 것을 막기 위해 특수 흰색 담요로 덮여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최근 유럽에 뜨거운 공기를 장기간 가두는 ‘오메가 열돔(오메가 블록)’ 현상이 나타나면서, 북유럽 국가들까지 4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덴마크 기상청은 “전날 유틀란트반도 동부 도시 외둠의 최고 기온이 37도에 달했다”고 밝혔다. 덴마크 기상청의 1991~2020년 기후 평년 데이터에 따르면 6월 평균 최고 기온은 18~21도, 7월 평균 최고기온도 20~22도에 불과했다. 불과 몇 년 만에 최고 기온이 20도 가까이 오른 것이다.
원래 시원하고 서늘한 편이었던 북유럽까지 폭염에 시달리는 건 ‘오메가 열돔(오메가 블록)’ 현상 때문이다. 상공의 강한 고기압이 그리스 문자 ‘Ω(오메가)’ 모양으로 자리 잡아 뜨거운 공기를 한 지역에 장기간 가두는 대기 현상이다. 가운데 고기압 양쪽으로 저기압이 배치되면서 공기 흐름이 막혀 폭염이 수 일에서 수 주간 이어질 수 있다.
28일 스위스 기상청이 공개한 전국 기온 분포도. 스위스 대부분 지역이 30도를 웃도는 폭염 영향권에 들어가 있다. 사진 스위스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서유럽의 스위스도 사정이 비슷하다. 스위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스위스는 바젤(38.8도), 부흐스(37.8도), 비나우(37.3도), 코핑겐(37.0도) 등 곳곳에서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기상청은 이날도 바젤 39도 등 여러 지역에서 40도에 가까운 기온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알프스 빙하도 빠르게 녹고 있다. 스위스 빙하 모니터링 네트워크(GLAMOS)의 마티아스 후스 스위스연방공과대학 연구원은 AFP통신에 “현재 알프스 전역의 빙하·적설의 해빙 속도가 엄청난 수준”이라며 “예년과 비교해 약 3개월 앞서 빠르게 녹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겨울 동안 쌓인 눈과 얼음이 월요일(29일)이면 모두 녹아 없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미 동유럽 체코(독사니 40.9도)와 서유럽 독일(드레비츠 41.5도)은 40도가 넘는 ‘불가마’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프랑스에서는 남서부 소도시 피소스가 올해 최고기온인 44.3도를 기록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주부터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24~26일 사흘간 사망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00여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증가는 폭염 적색경보가 발령된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 더위가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27일(현지시간) 독일 본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본부 벽에 설치된 온도계가 섭씨 41도를 가리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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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도 ‘대폭염’…처음도 아닌데 왜 속수무책?
사실 유럽이 폭염에 시달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2003년 ‘대폭염’ 사태로 유럽 전역에서 약 7만명이 숨진 바 있다. 당시 프랑스는 44.1도, 포르투갈은 47.4도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 수준의 폭염을 기록했다.
이후 유럽 각국은 폭염 조기경보제와 병원 비상대응체계 등을 도입했지만, 건물과 인프라 개선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건물 개·보수와 공공시설 개선 대책은 마련됐지만, 막대한 비용 탓에 실행이 더뎠던 것이다. 그 결과 가정집과 학교, 철도, 발전소 등 과거의 서늘한 기후를 기준으로 설계된 인프라가 현재의 폭염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스위스 서부 로망디 지역의 한 주택. EPA=연합뉴스
이 같은 문제는 특히 북유럽에서 두드러진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북유럽에서는 건물들이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 세기 전에 지어진 데다 단열 구조를 갖춰, 폭염 시 오히려 실내에 열이 갇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 열 차단 외부 셔터와 에어컨의 낮은 보급률 역시 북유럽의 폭염 대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철도다. NYT와 가디언 “독일·스위스·영국 등에서 폭염으로 인한 철로 변형 우려로 속도 제한과 열차 운행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며 “프랑스에서는 냉방 장치 부족과 차량 시스템 문제로 운행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스웨덴에선 고온으로 선로가 휘면서 화물 열차가 탈선해 스톡홀름과 예테보리 사이 철도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워털루역의 철로. 이날 영국에는 적색 폭염 경보가 발령됐다. 철도 승객들에게 필수적인 경우가 아니면 이동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내려졌다. EPA=연합뉴스
과학자들은 2027년은 올해보다 더 더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엘니뇨(남아메리카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올라가는 현상) 때문이다. 세계기상기구(WMO)와 영국 기상청은 지난달 발표한 ‘장기기후전망’에서 “2026년 말 엘니뇨가 발달하면 2027년이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기후적응 건축 전문가인 애나 마브로지아니 런던대(UCL) 교수는 NYT에 “항상 극단적 기상이변이 발생해야 변화가 시작되곤 한다”며 “기온이 내려간 뒤에도 이번 폭염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물과 인프라를 미리 폭염에 맞게 개선하는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 신속하게 실행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