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6.6.25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의 사퇴 요구를 한 의원들의 실명까지 공개 언급하며 징계를 시사하자 당내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복수의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28일 “명분 없는 당 대표 사퇴 요구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생각”이라며 “선거 기간에 보류했던 징계 심사도 재개하는 수순”이라고 했다.
징계 가능성을 먼저 꺼낸 건 장 대표다. 그는 지난 26일 매일신문 유튜브에 출연해 “지금 당이 정상적 모습은 아니다”며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 놓은 징계 조치에 답을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같은 날 펜앤마이크 유튜브에서 우재준 청년최고위원과 김재섭·김용태 의원, 개혁 성향의 의원 25명이 모인 ‘대안과 미래’를 콕 집어 “적과 싸워야 할 때는 뒤에 숨어 있다가 지도부를 공격할 때는 맨 먼저 나와서 가장 목소리를 높인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당내 개혁·소장파 모임인 '대안과미래’ 소속 권영진, 김용태, 김재섭, 이성권 의원 등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6·3 지방선거 참패 관련 장동혁 대표 사퇴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현재 당 윤리위원회에는 친한계 배현진·박정훈 의원과 우 최고위원, ‘대안과 미래’ 소속 일부 의원들에 대한 징계요청서가 접수 돼 있다.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돕거나, 장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등 해당 행위를 했다는 게 청구 사유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거부했다가 사퇴 압박을 받았던 지난 1월 장 대표는 한동훈 무소속 의원에 대해 제명을 단행했다. 당시 친한계 배현진 의원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각각 당원권 정지 1년과 탈당 권유 등 중징계 처분을 받았지만, 이후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무력화되기도 했다.
장 대표가 거취 압박에 대해 반격에 나서자 “내년 8월까지인 임기를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그간 장 대표는 지도부 사퇴 요구에 대해 ‘로우키’로 대응하며 설득을 해왔지만 더 이상은 무의미하다”며 “합법적 권한을 통해 힘으로 누를 건 누르자는 취지”라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정점식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김종호 기자
장 대표는 동시에 강성 지지층 결집을 독려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 23~25일 무선전화 면접 조사에 따르면 ‘장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은 48%,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8%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하면 유지 49%, 사퇴 39%로 대표직 유지 응답이 많았다. 장 대표는 지난 25일과 27일에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참정권 시위가 열리는 올림픽공원에 비공개로 방문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만약 재신임 투표를 하더라도 당심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상당 수 의원들 사이에선 “입틀막을 위한 협박성 징계”라는 반발이 나온다. 대안과 미래는 28일 입장문을 내고 “이미 선거 전의 ‘입틀막 징계’는 사법부 판결로 효력을 잃었고, 장 대표의 강경 노선은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심판 받았다”며 “국민의힘을 개인 사당으로 착각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김용태 의원도 같은 날 “정기국회가 시작하기 전 통합 비대위로 전환하고, 이후 총선 승리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고 장 대표 사퇴를 거듭 주장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장 대표의) 칼 끝이 늘 향하는 곳은 불의가 아니라, 덜 충성했다는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시작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16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핸드볼경기장 진입 결정을 시위 참가자들에게 알리고 있다.뉴스1
장 대표의 승부수는 이번 주에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당장 29일 당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가 연이어 열리는 만큼, 장 대표 사퇴 요구가 분출될 가능성이 크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 대표가 당권 사수를 위해 징계 카드를 꺼내든 만큼, 장 대표 체제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집단적 저항도 만만찮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