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에도, 주식과 부동산 동반 강세를 타고 빚낼 수 있는 창구를 총동원한 ‘빚투(빚내서 투자)’가 거세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사용액이 3년 8개월 만에 최대로 늘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 25일 기준 43조3363억원으로 집계됐다. 월말 기준으로 2022년 10월 말(43조6609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두 달 연속 2조 가까이 급증하면서다. 이달 증가액은 25일 기준 1조8039억원으로 아직 3영업일이 남아있지만 지난 5월 증가액(1조8650억원)에 근접했다. 마통을 포함한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25일 기준 108조7272억원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금융당국의 전방위 대출 압박으로 최근 은행들이 앞다퉈 신용대출 한도를 낮추고 마통의 재연장 한도까지 감액했지만, 증가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규제 전 미리 개설해 둔 마통을 활용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5대 은행에 개설된 마통의 전체 한도 설정액(96조7469억원)을 고려하면 평균 마통 소진율은 44.8%에 달했다. 은행별로는 빚투가 폭증했던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곳이 많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증시 급등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미 확보해 둔 마통까지 활용하는 빚투 수요를 규제만으로 막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빚투 열풍은 보험·카드업계로 번지고 있다.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해약환급금 담보로 빌리는 보험계약 대출(약관대출)과 카드론(장기카드 대출)을 활용해 투자금을 마련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생명·손해보험사 10곳의 보험계약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55조8890억원으로 한 달 새 5812억원 증가했다. 카드사(신한카드 등 9곳)는 이미 지난달 카드론 잔액(43조2534억원)이 역대 최대로 불어났다.
앞으로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문도 좁아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과 보험사에 이어 다음 달 카드사의 대출 관리 점검에 나선다. 보험업계는 지난 25일 금융위 소집 후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의 한도 축소 등 자체 관리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감독원도 증시 빚투 점검에 나섰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용융자 잔액은 38조원으로 최근 5년 평균(20조1000억원)보다 17조9000억원 많았다. 증권담보대출도 26조3000억원으로 5년 평균(20조4000억원)을 5조9000억원 웃돌았다. 금감원은 현재 신용공여 규모가 시가총액과 투자자예탁금 등 규모를 고려할 때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지수선물·옵션 거래가 늘고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투자자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