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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6.06.28 08:01 2026.06.2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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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조별리그 마지막 날인 28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베이스 캠프에서 훈련 중인 한국 축구대표팀. 이틀 전 조별리그 일정을 마치고도 와일드카드 결과를 기다리느라 귀국길에 오르지도 다음 경기 장소로 이동하지도 못했다. [연합뉴스]

대회 조별리그 마지막 날인 28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베이스 캠프에서 훈련 중인 한국 축구대표팀. 이틀 전 조별리그 일정을 마치고도 와일드카드 결과를 기다리느라 귀국길에 오르지도 다음 경기 장소로 이동하지도 못했다. [연합뉴스]

실낱같던 행운마저 실력이 부족한 한국 축구를 결국 저버렸다.

한국이 28일(한국시간) 마감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각 조 3위 12개 팀 중 10위에 그치며, 상위 8개 팀에 주어지는 32강 와일드카드 진출권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자력 진출이 무산된 한국은 타 조 경기 결과의 여러 ‘경우의 수’가 완벽히 들어맞아야만 32강행을 기대할 수 있는 처지였다. 그러나 이날 열린 K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을 3-1로 꺾으면서, 한국 축구가 붙잡고 있던 마지막 희망의 끈도 완전히 끊어졌다.

대회 개막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는 상당한 행운이 따르는 듯했다. 같은 A조의 멕시코는 개최국 프리미엄이 무색하게 역대 가장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4번 시드 중 최약체로 꼽혔다. 유럽의 체코 역시 예선을 겨우 턱걸이로 통과한 팀이었다. 경기 일정과 동선도 최상이었다. 1·2차전은 충분한 고지대 적응 훈련을 거쳐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치렀고, 3차전이 열린 몬테레이 역시 이동 거리가 멀지 않았다.

그러나 최상의 조건 속에서도 한국은 1승 1패를 안고 치른 남아공과의 3차전에서 0-1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멕시코가 체코를 3-0으로 완파해 준 덕분에 가까스로 조 최하위 탈락은 면한 수준이었다. 조 3위 간의 와일드카드 경쟁에서도 지난 26일까지는 한국의 32강 진출 확률이 90%에 달한다는 데이터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행운은 딱 거기까지였다. 와일드카드 경쟁을 벌인 조 3위 12개 팀 중 한국보다 성적이 낮은 나라는 스코틀랜드와 우루과이, 단 두 팀뿐이었다. 탈락 확정 여부를 알 수 없어 귀국 비행기도 타지 못하고, 그렇다고 다음 경기 장소로 이동도 하지 못한 채 다른 팀들의 조별리그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한국은 결국 전체 48개국 중 34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이 기대했던 ‘경우의 수’ 중 들어맞은 것은 H조 스페인-우루과이전(스페인 1-0 승)이 유일했다. 승점 사냥이 간절했던 다른 조의 약체들은 마지막 3차전에서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심지어 인구 50만의 섬나라 카보베르데(H조)조차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기며 조 2위로 32강행 티켓을 자력으로 거머쥐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뉴시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뉴시스


이 과정에서 한국 축구 팬들은 다른 나라 팀들을 번갈아 가며 응원해야 하는 씁쓸한 처지로 내몰렸다. 타국의 선전을 빌며 조별리그 통과를 앙망하는 모습이 마치 승리를 구걸하는 것 같다 하여 팬들 사이에서는 ‘구걸 축구’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일부 외국 팬들은 “월드컵의 모든 경기를 자국 경기처럼 몰입해서 즐기는 한국인들이 부럽다”며 뼈있는 조롱을 던졌다. 국내 축구 팬들은 “이번 참패를 계기로 한국 축구가 뿌리부터 확 바뀔 수 있다면 차라리 잘된 일이다”라고 했다.

한편, 남미 대륙에서 유일하게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신 강호 우루과이는 조기 탈락의 대가로 전세기가 취소돼 선수들이 ‘각자 알아서’ 귀국하는 신세가 됐다. 이날 스페인 마르카 등 외신들은 “우루과이축구협회(AUF)가 대표팀의 귀국편 전세기 예약을 전격 취소했다. 이는 조기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와 들끓는 여론을 반영한 징벌적 조치”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박린.장혜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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