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일렉트릭 청주배전캠퍼스에선 활황을 맞은 전력기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인공지능(AI)·로봇·사람이 협력하고 있다. 위 사진은 배선용차단기(MCCB) 제조 다관절로봇. [사진 HD현대일렉트릭]
지난 25일 충북 청주 HD현대일렉트릭 청주배전캠퍼스 공장에 들어서자 분주하게 움직이는 로봇팔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사람이 협동하고 있다. AI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부품 입고나 제품 출하 시기를 조정해 생산 시간을 줄인다. 부품은 자율주행물류로봇(AMR)이 실어 나르고, 조립·검사·시험엔 다관절로봇이 투입됐다. 이 공장의 생산 자동화율은 93%에 달한다.
이창호 HD현대일렉트릭 부사장은 “미국 전력업계에선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광풍’으로 표현한다”며 “서부 개척 시대 ‘골드러시’처럼 빨리 짓고 빨리 가동하는 쪽이 시장을 선점하는 분위기라 지금은 스피드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1161억원을 들여 울산·안성 등에 흩어져 있던 중저압차단기 생산라인을 통합해 지난해 충북 청주에 축구장 12개 규모(총 8만5420㎡)의 배전캠퍼스를 구축했다.
부품·자재를 운반중인 자율주행물류로봇(AMR). [사진 HD현대일렉트릭]
진공차단기(VCB) 시험라인에서는 ‘쿵쿵’ 하는 묵직한 충격음이 울리고 있었다. VCB는 AI 데이터센터와 대형 공장 등 고전압 설비에 쓰이는 핵심 중저압차단기로, 과전류가 흐를 때 전류를 신속히 차단해 설비와 계통을 보호하는 장비다. 장춘오 중저압차단기생산부 책임은 “데이터센터에서 VCB가 떨어지면 다른 모든 장비가 블랙아웃(정전) 되기 때문에 실제 사용 환경보다 3배 더 가혹한 환경에서 테스트한다. 200차례 연속 개폐 시험을 통과해야 완성품 제조라인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은 시험 공정도 대부분 로봇이 수행한다.
배전기기는 미국·유럽 등 노후 전력망 교체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맞물리며 활황을 맞고 있다. 이 부사장은 “미국 현지에서 1년 이상 걸리는 데이터센터용 38킬로볼트(㎸)급 VCB 납기를 절반 이하로 줄였고, 덕분에 수년 새 최대 규모의 계약을 올해 성사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VCB 한 대 가격은 적게는 1000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완제품을 검사중인 AI 비전 검사 시스템. [사진 HD현대일렉트릭]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리서치는 글로벌 배전기기 시장 규모가 지난해 1202억9000만 달러(약 184조7400억원)에서 2034년 2032억3000만 달러(약 312조1200억원)로 약 6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매출 4조795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는데, 증권가에서는 올해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 부사장은 “현재 850만대 수준인 생산 능력을 1300만대까지 늘려 시장 확대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