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오른쪽)와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경기도 광주에서 열린 청년 당선인 워크숍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를 정치적 재건축에 비유한 유시민 작가의 ‘재건축론’이 여권 신구 세력 갈등에 또 하나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절제될 필요가 있다”고 쓴소리를 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친명계 인사들까지 공개 반격에 나서면서 ‘명청대전’으로 불리는 8·17 전당대회 주도권 싸움이 날로 격화하는 분위기다.
유 작가는 지난 2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다.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지지층이) 열렬히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고, 이건 모두가 오케이”라며 “그런데 대통령은 (건물을 허무는)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고, 재건축을 하려면 기존 입주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어준씨가 이 대통령을 향해 “여권의 코어(핵심) 지지층이 이탈한다”고 언급한 데 이어 구(舊) 친노·친문 지지층 시각으로 현 정부의 국정 기조 및 인사·정책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유 작가는 “전직 대통령을 향한 비방이 6개월이 넘어가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며 “지금 상황은 면역세포가 외부 바이러스가 아닌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 1년 이상 지속하며 신진대사 이상이 나타난 것”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을 향한 공개 비판에 친명 진영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친명계 당권 주자인 김민석 총리가 28일 경기도 곤지암에서 열린 민주당 청년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한 뒤 “코어 지지층은 한국말로 핵심적 지지층인데, 큰 틀에서 민주 진영이 잘 될 수 있도록 일관된 지지를 보내는 분들을 뜻하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지지의 변화가 있는 상황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전날 “과잉한 자신감으로 대통령을 비판하는 경우가 있는데, 태도나 마음이 적절히 절제될 필요가 있다”고 유 작가 발언을 에둘러 비판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당정 곳곳에서도 반론이 제기됐다. 4선 의원 출신인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이날 페이스북에 “재건축도, 증축도 아니다. 이재명은 빈 땅에 우리의 보금자리를 넓히려 한 프런티어(개척자)”라는 글을 올렸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팩트도 없이 한풀이식으로 ‘자가면역질환’ 같은 정의를 내리는 게 당에 도움이 되나. 유 작가에게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다만 유 작가의 지원사격을 받은 정청래 전 대표는 “지금은 서로 말을 아껴야 할 때”라고 참전을 자제 중이다. 정 전 대표는 이날 곤지암 워크숍에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이 대통령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당내 시선은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청와대 오찬에 쏠리고 있다. 이날 워크숍에서 정 전 대표는 보완수사권 폐지 5월 추진설에 대해 “(정부에서)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고, 김 총리는 “여권 내에서 다 아는 제안”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또 한 명의 당권 주자인 송영길 의원도 이날 워크숍을 찾아 “당이 정부보다 중요하다. 행정부를 잘 뒷받침해 실질적으로 정권을 재창출하는 모태는 바로 당”이라며 “자기가 개혁적이라고 알리바이로 떠들다가 임기를 마치는 의원이 아닌 유능한 진보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