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마이크론이 메모리 가격 인상을 둘러싸고 공개 설전을 벌였다. 애플이 가격 인상의 원인을 메모리 공급난으로 돌리자, 마이크론은 현재의 공급 부족은 고객사의 과도한 가격 압박과 투자 위축이 누적된 결과라고 맞받았다.
2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수밋 사다나 마이크론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메모리 침체기 일부 고객사가 바닥 수준의 가격을 요구했고, 그 결과 설비투자가 위축됐다”며 “그런 방식은 건설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정 기업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애플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고 있다. 앞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대홍수”라고 표현하며 메모리 부족을 가격 인상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번 설전은 인공지능(AI) 시대 메모리 시장의 힘의 균형이 공급업체로 이동했음을 상징하는 장면이라는 평가다. 애플은 막대한 구매력을 앞세워 메모리 가격 인하를 이끌어왔지만, 생성 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고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협상력이 크게 높아졌다. 메모리 업체가 ‘수퍼 갑’이던 애플을 비판할 정도로 위상이 달라진 셈이다.
협상력이 약해진 애플은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메모리 사용을 허용해 달라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 다만 CXMT가 미국 국방부의 ‘중국 군사기업(1260H)’ 명단에 올라 있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번 설전은 기존 메모리 거래 방식에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업계는 단기 가격 협상보다 장기공급계약(LTA)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