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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물가 낮춘다더니…칩플레이션, 소비자가 떠안았다

중앙일보

2026.06.28 08:12 2026.06.2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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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품귀로 애플이 맥북, 아이패드 등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사진은 지난 26일 가격 인상 안내문을 부착한 서울 시내 애플 기기 판매점 모습. [연합뉴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품귀로 애플이 맥북, 아이패드 등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사진은 지난 26일 가격 인상 안내문을 부착한 서울 시내 애플 기기 판매점 모습. [연합뉴스]

“부품 가격이 이렇게 큰 폭으로, 이렇게 빠르게 오른 것은 처음이다.”

애플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맥북·아이패드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배포한 성명의 한 대목이다. 애플조차 메모리값 급등을 더는 감당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물가를 낮추는 기술로 여겨졌던 인공지능(AI)이 정작 물가를 강하게 밀어올리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8일 로이터에 따르면 애플은 메모리·스토리지 칩 비용 급등을 이유로 일부 제품값을 올렸다. 아이폰을 뺀 대부분 제품의 가격표가 바뀌었다. 맥북 네오 시작가는 599달러(약 92만원)에서 699달러(약 108만원)로, 맥북 에어는 1099달러(약 170만원)에서 1299달러(약 200만원)로 올랐다. 맥 스튜디오(M3 울트라)는 3999달러(약 616만원)에서 5299달러(약 814만원)로 1300달러(33%)나 뛰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있다. 데이터센터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서버·고대역폭메모리(HBM)·D램·낸드·전력·냉각설비가 필요하다. AI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자 생산능력이 데이터센터용 제품에 우선 배정됐고, 범용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까지 밀어 올렸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 가격은 올 1분기 최대 98% 급등한 데 이어 2분기에도 58~63% 추가 상승할 전망이다.

전력 비용도 전가되고 있다.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 PJM 관할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으로 평균 가정의 전기요금이 2028년까지 월 70달러가량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6월부터 1년간 일부 고객 요금은 1.5~5%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고, 2033년까지 누적 추가 용량비용은 최대 1630억 달러로 추산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 두 배 남짓으로 늘어 세계 전력소비의 약 3%에 이를 것으로 봤다.

통화정책의 셈법까지 흔들고 있다. 글로벌 채권운용사 핌코는 보고서에서 “AI 투자와 자산효과가 수요를 떠받치는 동시에 공급 제약과 맞물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물가 판단을 흐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케빈 워시 Fed 의장도 미묘하게 물러섰다. 워시 의장은 지난해 11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AI는 강력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는 “AI 투자 비용은 이미 국내총생산(GDP)에 잡히지만 정작 물가를 낮출 생산성 향상이 언제, 얼마나 나타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6월 FOMC 점도표에서 Fed 위원 18명 중 9명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전망했다.

드비어그룹의 나이절 그린 CEO는 “마이크론 실적은 AI 붐의 이익이 공급망에서 나온다는 것을, 애플 가격 인상은 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을 동시에 보여준다”고 짚었다. LSE 비즈니스 리뷰도 “AI의 물가 효과가 초기 인플레이션, 중간 병목, 장기 디스인플레이션 순서로 나타날 수 있다”며 “지금은 그 첫 단계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이 논쟁의 한복판에 있다. 메모리값 폭등은 전 세계 소비자에겐 물가를 올리는 악재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수출 호재다. 문제는 그 호재가 다시 물가로 돌아온다는 데 있다. 반도체 호황이 성과급과 임금 기대, 자산시장으로 번지면 국내 물가에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해외에서 시작된 AI 비용 압력이 국내 물가 압력으로 되돌아오는 ‘메모리 패러독스(역설)’다.





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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