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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의 시시각각] 대통령까지 겨냥한 민주당 적통론

중앙일보

2026.06.28 08:20 2026.06.2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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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현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민주당이 ‘적통(嫡統)’ 논쟁에 빠졌다. 시작은 대표직 연임을 노리는 정청래 전 대표. 그는 재도전을 위해 현직 사퇴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자신이 노사모 출신임을 강조했다. 경쟁자 김민석·송영길 등과 달리 자신이야말로 민주당의 적자(嫡子)임을 과시한 것이다.

정청래 ‘적자’ 과시, 유시민 등 지원
“대통령이 증축 넘어 재건축 시도”
낡은 족보에 갇힌 그들만의 싸움

외곽에서 친여 스피커인 김어준씨와 유시민씨가 거들었다. 김씨는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흔들리는 것은 민주당 코어(핵심)가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유씨는 한발 더 나아갔다. “이 대통령을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는데, (지지층의 동의도 받지 않고) ‘재건축’을 하려 한다.” 대통령의 중도화 노선, 이른바 ‘뉴이재명’ 전략에 대한 직격이다. 이 대통령에게는 민주당, 혹은 진보 진영의 근본을 바꿀 자격이 없다고 돌려 말한 것 아닌가. 급기야 당 안팎에서는 재야 시절 이 대통령이 친노 진영과 대립했던 ‘정동영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력이나, 김민석 총리의 정몽준 캠프 합류 이력까지 거론되는 양상이다. 이 대통령은 X에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인다”고 알쏭달쏭한 글을 남겼다. 파장이 만만찮을 듯하다.

‘적통론’은 성과보다는 계보를 중시한다. 왕조에서는 핏줄을 따지고, 정당에서는 가치와 노선을 따진다. 성격상 폐쇄적·배타적이 되기 쉽다. 적통 집착은 때때로 현실 권력 무시로까지 이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 현종 때의 예송(禮訟) 논쟁이다. 1659년 효종이 승하한 직후, 효종의 계모이자 인조의 계비인 자의대비가 상복을 몇 년 입어야 하는가를 놓고 서인과 남인이 격돌했다. 쟁점은 맏아들이 아닌 둘째 아들로 왕위에 오른 효종의 정통성 문제였다. 이때 서인의 영수 송시열이 내건 논리가 ‘체이부정(體而不正)’이었다. 효종은 국가의 중심(體)은 되었으나 종법상 바른 적통(正)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왕의 정통성은 유교적 이념으로 무장한 신하들이 인정해야 성립한다는 ‘택군(擇君)’의 심리가 작동했다.

정 전 대표도, 김어준씨도, 유시민씨도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언행 밑바닥에는 이 대통령에 대한 ‘택군’과 ‘체이부정’의 정서가 읽힌다.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는 정 전 대표의 말이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왕정 시대 유물인 줄로만 알았던 ‘적통’의 논리가 21세기 대한민국 집권당에서 다시 출몰하는 풍경은 기이하다. 그 이면에는 권력을 잡고도 자신을 약자로 규정하는 민주당 특유의 ‘피포위 의식(Siege Mentality)’이 자리 잡고 있다. 권력의 변방에서 권위주의에 맞서 싸워오면서 형성된 집단의식은 민주당의 자산이다. 그러나 행정 권력은 물론 압도적 의회 권력마저 장악한 지금도 ‘언더독’ 정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공포와 피해의식은 필연적으로 조직의 순혈주의를 강제한다.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면 적으로 간주하고, 피아를 확실히 감별하려는 폐쇄성은 이런 피포위 의식의 산물이다. ‘정치적 소아병’이라 진단할 만하다.

송시열의 ‘체이부정론’은 1차 예송에서는 통했지만, 15년 뒤 효종 비(인선왕후) 승하로 촉발된 2차 예송 때는 반대였다. 그사이 왕권을 굳힌 현종은 아버지를 비(非)적통으로 취급하는 서인의 시도에 분노했다. 서인은 몰락했고, 송시열은 유배길에 올랐다. 명분이라는 빛바랜 족보가 현실의 흐름을 이길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공당의 정통성은 낡은 족보나 파벌의 혈통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시대정신과 민심을 수용하는 확장성에서만 길러진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내려진 따끔한 경고가 바로 그런 의미다. 상복 입는 기간을 두고 아웅다웅하다 세상의 흐름을 놓친 17세기 조선처럼, 집권당이 시대착오적 적통 싸움이나 벌이는 일은 한심하다 못해 위태롭다. 민심의 바다는 족보 따위는 보지 않는다.





이현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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