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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 축구, 준비되지 않은 자의 참담한 몰락

중앙일보

2026.06.28 08:26 2026.06.2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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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요행은 없었다. 28일 북중미 월드컵 K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에 승리함에 따라 ‘경우의 수’에 의한 32강 진출마저 최종 무산됐다. 1986년 이래 11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 한국의 월드컵 도전 사상 최악의 기록이다. 선수 개개인의 역량과 해외 경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었는가. 홍명보 감독 선임과 축구협회 운영을 둘러싼 시비가 경기력에까지 영향을 미쳤는지는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성적으로 모든 것을 말해야 할 감독의 전략과 리더십, 용병술, 그리고 중장기적 안목을 갖고 선수 발굴부터 대표팀 구성, 운영, 지원까지 모든 것을 뒷받침해야 할 축구협회의 행정력과 시스템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2018년 월드컵에서 독일, 2022년 대회에서 포르투갈 등 세계 정상급 상대를 꺾었다. 하지만 대회가 끝나면 감독을 갈아치우곤 했고, 우리만의 축구 색깔을 입히지 못했다. 이번 대회의 초라한 성적이 그 증거다. 조별리그 3차전인 남아공전은 선수들의 동기부여, 상대 맞춤형 전술, 감독의 위기 대응 등 모든 면에서 실망스러웠다. 선수들은 기이하리만큼 무기력했고, 홍명보 감독은 패색이 짙은데도 작전을 공세적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일본은 승승장구다. 2050년 월드컵 우승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30명은 돼야 월드컵 8강을 노릴 수 있다’는 진단에 따라 축구 변방인 네덜란드·벨기에 리그에도 선수들을 적극 진출시켰다. 이 과정에서 J리그 구단들은 이적료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선수들의 유럽 진출을 도왔다.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경기 스타일, 응원 문화 등에 국민성이 녹아들 수밖에 없다. 공동체 단합 효과도 무척 크다. 홍명보 감독 교체와 정몽규 축구협회장 등 지도부 쇄신이 불가피하다. 일개 경기 단체의 몫으로 치부하기엔 월드컵 성적에 목매는 국민적 기대가 너무 크다. 무엇보다 축구인들이 나서서 허물어진 기초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승리의 여신은 준비된 자에게 미소를 짓는 법이다. 한국 축구의 몰락은 마땅히 해야 할 준비를 못 한 자에겐 끝없는 나락이 있을 뿐이란 교훈을 되새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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