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사설] 대화와 타협 내던진 국회의장의 ‘팩스 원 구성’

중앙일보

2026.06.28 08:28 2026.06.28 13:2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조정식 국회의장이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조정식 국회의장이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조정식 국회의장이 야당 의원들까지 포함된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안을 일방적으로 작성해 국민의힘 측에 통보했다. 이미 22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의 임기가 5월 말로 끝났고, 두 차례 상임위원 명단 제출 요청에 국민의힘이 응하지 않아 국회법에 따라 의장의 직권 선임이 가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끈질긴 대면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야당 원내대표실에 팩스를 보내 상임위 구성안을 통보한 것은 국회의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한 것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여야 간 합의를 이끌어내 원만한 국회 운영을 해야 할 책임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다. 조 의장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경선 때부터 “협치보다 속도”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은 당적을 떠나 여야 간 갈등을 중재하고 의회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라는 취지에서 신분이 무소속으로 바뀐다. 하지만 조 의장은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여당만을 위한 국회 운영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원 구성의 최대 걸림돌은 법사위원장 자리다. 법사위는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로 가기 전 거쳐야 하는 최종 관문이어서 다수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17대 국회 이후 원내 제1당이 국회의장을,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다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21대 국회 들어 다수당인 민주당이 이 관행을 깨고 전반기 법사위원장을 차지했고, 이번에도 야당에 내줄 수 없다며 완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민주당은 ‘효율적인 국회 운영’이나 ‘책임정치’라는 이름을 달아 법사위까지 싹쓸이하는 것을 ‘뉴노멀’로 만들고 싶은지 모르겠다. 그러나 소수당을 배제하고 법사위를 장악한 채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다수당의 횡포일 뿐이다. 이를 통해 민주당이 ‘조작기소 특검법’ 등 정권이 원하는 법안을 단독 처리한다면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민심 이반으로 인한 정치적 부메랑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야당을 ‘국회 전면 보이콧’으로 떠미는 빌미를 주게 된다. 민주당은 야당과의 진정성 있는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야 하고, 조 의장은 끝까지 타협을 이끌어내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왜 우리 국회가 예전에 법사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배분하는 전통을 세웠는지, 그 전통이 깨진 뒤 국회가 어떤 모습으로 흘러 왔는지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