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전·현직 교사들 중심으로 ‘전국 교권침해 악성 민원 대책본부’(본부장 김창완 인하부중 교감) 카카오톡 채팅방이 개설됐다. 교사들이 교권침해 사례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채팅방에는 현재 2000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다. 채팅방에는 학생·학부모로부터 교권침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호소 글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개설 이후 10개월 동안 교내 자체 해결이 아닌 고소·진정 등 수사·상급기관 조사로까지 이어진 사례도 50여건에 달한다.
교사들 중에서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해 수사기관 등에서 장기간 조사를 받은 경우도 상당했다. 이들은 나중에 무혐의나 불기소 처분을 받았어도 여전히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전국 교권침해 악성 민원 대책본부’ 카카오톡 방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남부권 한 초등학교 교사는 “수업 중 활동을 이행하지 않고 반항하는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아동학대로 고소당해 1년 만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당시 담임에서 배제됐고, 학교·구청·교육청 등에서 차례로 조사를 받았다. 해당 학부모는 지역 맘 카페에 글을 올려 사회적으로 매장하려고까지 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너무 억울한 마음에 정신의학과 치료도 받았고, ‘정말 사람이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마저 들더라”라고 했다.
중부권 한 고등학교 교사도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을 훈육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했다가 6개월 만에 불기소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학부모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항고장까지 제출했다. 그동안 경찰·검찰 조사는 잘 견뎌냈는데, 항고 단계에서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느냐”고 막막해했다.
교권침해를 저지르는 학부모들은 협박도 일삼았다. 수도권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나름 성실하게 살아왔던 교직 인생 전부가 조롱당하고 무시당한 느낌”이라며“온갖 억지와 생떼로도 부족한지, 변호사 남편을 대동하고 학교에 찾아와 ‘선생님의 행동은 아동학대법에 저촉된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지 지켜보겠다’면서 겁박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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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대책에도 교권침해 여전
교육부는 지난 2023년 7월 서울 서이초에서 근무하던 20대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이후 교권 보호 4법을 개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권 침해 행위에 악성 민원, 공무집행방해·무고 행위 등을 추가했다. 피해교사에 대한 보호·회복 지원은 확대됐고, 학교에서 운영하던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는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 교권침해 심의 기능을 강화했다.
그러나 교권침해 사례는 줄지 않고 있다. 국회도서관이 지난해 말 발표한 ‘데이터로 보는 교육활동 침해와 교원보호’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2020년 1197건에서 2023년 5050건으로 급증했다. 이듬해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4234건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해에는 1학기에만 2189건의 관련 사례가 집계되는 등 교육활동 침해 건수가 다시 늘었다.
교사들을 향한 무리한 법적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각 시·도 교육감은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사례 1439건 중 71%(1023건)를 ‘정당한 생활지도’로 판단했다. 경찰과 검찰은 각 교육감이 정당한 생활지도로 의견을 제출한 사건 674건을 종결했는데, 이 중 606건을 수사를 개시하기 전 종료하거나 불기소 처분했다.
4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교총 관계자들이 교권보호 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권 보호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채팅방에 글을 올린 한 교사는 “교보위에서 교권침해를 인정받아 진상 학부모에게 서면 사과와 특별교육 이수 조치가 내려졌다”면서 “그러나 ‘특별교육 이수와 사과 따위 절대 하지 않겠다’며 되레 큰소리를 치고 있다. 정신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는데, 내년에는 병가 신청도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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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보호국’ 설치 논의
드라마 ‘참교육’ 속 교권보호국은 폭력 등 현실에서는 허용되기 어려운 방식까지 동원해 교권침해에 대응한다. 이 같은 설정은 교육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과 고의숙 제주도교육감 당선인 등은 교권보호국 신설을 제안했고, 이경아 민주연구원 연구위원도 최근 교육부 내 교육활동보호국 설치를 주장했다. 교육부도 교육활동 보호 전담 부서 설치를 논의하고 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 인권을 강조하는 교육 흐름과 함께 돈과 권력을 과시하는 학부모들의 반지성주의적 풍조가 문화 깊숙이 자리 잡게 되면서 (교권침해 관련) 정책적인 접근도 어려워졌다”면서 “교권보호국이라는 브랜드를 차용하는 것은 좋지만, 교육 당국이 현실적으로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