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제대로도서전의 한 부스에서 출판사 직원이 방문객에게 책을 소개하고 있다. 이규림 기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텍스트힙(글을 읽는 것이 멋진 활동으로 여겨지는 현상을 뜻하는 신조어) 열풍이 여전한 가운데, 서울국제도서전의 지나친 상업성을 비판하며 열린 ‘대안’ 도서전에도 청년들이 몰렸다.
‘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회복을 촉구하는 출판인 모임’은 지난 25~28일 서울 용산구 노들라운지에서 ‘서울제대로도서전’을 열었다. 도서전 기획을 주도한 김장성 이야기꽃 출판사 대표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지난해부터 주식회사 체제로 운영된 후로 책 문화를 증진한다는 공공성은 약해지고 상업적 성격이 짙어졌다”며 “이를 비판하는 취지에서 ‘여유있게, 오래, 가깝게’란 슬로건을 내걸고 서울국제도서전과 같은 기간에 제대로도서전을 연다”고 설명했다.
서울제대로도서전 첫날인 25일 오후 행사장이 방문객으로 가득찬 모습. 이규림 기자
서울제대로도서전 참가사 51곳 중 대다수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탈락한 출판사지만, 서울국제도서전 참가 자격을 얻고도 포기하고 제대로도서전에 나온 출판사도 세 곳 있다.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하고 올해도 심사를 통과했지만 포기했다는 이야기꽃 마케팅 담당자 양은영씨는 독자와 더 활발히 소통하기 위해 제대로도서전을 택했다고 했다. 양씨는 “출판사는 책을 만드는 곳이지 파는 곳이 아니다. 도서전에 나오는 이유는 독자에게 우리 책에 대한 생각을 듣기 위함”이라며 “제대로도서전은 공간이 작고 독자와 물리적 거리가 더 가까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아졌다”고 했다.
서울제대로도서전 첫날인 25일 오후 행사장엔 200여명이 들어찼고 대기줄은 30명 이상 늘어설 정도로 북적였다. 대학 내 독서동아리에서 단체로 방문하기도 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독서 동아리에서 부원들과 함께 도서전을 찾은 현택환(24)씨는 “동아리에서 달마다 독서 모임에 참가하고 있고, 오늘은 책 관련 장소를 다같이 방문하는 ‘책 나들이’에 나섰다”며 “올해가 첫 개최인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놀랍다”고 말했다.
이날 도서전을 찾은 대만 출판사 관계자는 한국의 텍스트힙 열풍이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했다. 하오밍이 로커스 출판사 대표는 “지난해까지 매년 서울국제도서전에 왔었는데 이곳도 못지않은 열기가 느껴진다”며 “특히 젊은 세대 여성들이 많이 참여한 게 인상적이다”라고 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서울제대로도서전 방문객은 평일임에도 800여명에 달했다.
도서전 참가사 부스 크기는 모두 길이 2m, 폭 1m 정도로 동일했고 부스마다 참가사 직원들은 손님에게 책을 들어 보이며 소개하고 있었다. 엽서, 책갈피 등 도서 관련 굿즈를 함께 판매하는 부스도 있었고 절반 정도는 굿즈 없이 도서만 진열했다. 한 부스에서는 방문객이 고른 책을 직원이 낭독해 주는 행사가 진행됐다.
25일 오후 서울제대로도서전에 마련된 세미나실에서 독서 모임이 열리고 있다. 사진 독자
서울제대로도서전을 찾은 방문객들은 ‘굿즈보다 책’ 중심이라 만족한단 반응이었다. 과거 편집자로 일했다는 직장인 김내원(29·여)씨는 “대형 도서전에선 부스마다 굿즈를 팔고 있고 잘 꾸며진 전시장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아 배보다 배꼽이 큰 느낌이었는데, 이곳에선 출판사 직원과 이야기하면서 회사마다 색깔을 자세하게 알게 됐다”고 했다. 대형 도서전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는 장르가 풍부해 좋다는 독자도 있었다. 대학원생 정재원(27·여)씨는 “평소 그림책에 관심이 많은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탈락한 그림책 출판사가 이곳에 많이 모여있어 반갑다”고 말했다.
책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대안’ 도서전은 노들섬 외에도 서울 곳곳에서 개최됐다. 서울제대로도서전을 비롯해 서울 강남구에선 서울한평도서전이, 중구에선 서울자체도서전이 열렸다. 마포구에선 거북목 도서전이 비슷한 기간 운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