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북중미 월드컵이 한창이다.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도시들에는 수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이런 열기 속에서,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미국·캐나다·멕시코 보건당국은 분주하다. 콩고민주공화국(DRC), 우간다, 남수단에서 번지는 에볼라가 선수단과 관광객의 발길을 따라 북미 지역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3개국은 공동성명을 내고 고위험 지역 체류 이력자에 대한 입국 제한과 검역 강화를 선언했다.
메멧 오즈 미 보건복지부 산하 CMS 국장은 이달 초 “주요 공항에 검사 도구와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콩고에서 발생한 미국 국적 에볼라 환자들이 애틀랜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그러나 에볼라가 월드컵 개최국들을 위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에볼라는 공기로 퍼지지 않는다. 감염자의 혈액과 체액에 직접 닿아야 전파된다. 밴더빌트대 의대 윌리엄 섀프너 교수는 “발병 지역은 아프리카에서도 외딴 지역이고, 그곳 주민들이 월드컵을 보기 위해 대거 북미로 향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미국 내 에볼라 대규모 확산 위험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국경을 걸어 잠근다고 안심할 때는 아니다. 콩고에서 확인된 에볼라 감염 사례는 837건, 사망자는 196명에 달한다. 우간다에서도 19건의 감염과 2명의 사망이 보고됐다. 이번에 확산하고 있는 것은 분디부교 계통의 에볼라 바이러스인데, 하필 이 계통에 대한 백신은 아직 없다. 확진자를 찾아내 격리하고, 접촉자를 추적하는 전통적 방식 외에 달리 쓸 수 있는 도구가 없다는 뜻이다.
아프리카의 현장 상황은 더 가혹하다. 의료시설이 부족한 지역에서 가족들이 직접 환자를 돌보는 경우가 많아 확산 위험성을 더하고 있다. 분쟁 지역 연구가인 레이첼 스위트 박사는 “군부와 정치권력에 대한 두려움으로 주민들은 보건 당국의 조치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의 구조적 불신이 방역의 가장 큰 장벽”이라고 진단한다.
북미 월드컵 개최국 세 나라가 발 빠르게 검역을 강화한 건 에볼라로부터 자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일부 전문가들은 광범위한 여행 제한이 현지 지원 인력의 파견과 물자 이동을 막으면서 오히려 비공식 경로를 통한 접촉이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경을 닫는 행위가 바이러스의 유입만 막는 게 아니라 공식 루트를 통한 지원까지 막고 있다는 역설이다.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내부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 브레인뱅크는 오는 9월 정상회의에서 가나에 지속 가능한 의료센터 건립을 논의할 계획이다. 위기 때만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에볼라 사태가 끝난 뒤에도 지역 주민의 건강을 돌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에볼라가 북미 지역에 유입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적인 일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물어야 한다. 자금도, 백신도 없고, 병원도 부족하고, 전쟁까지 잦은 중부 아프리카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 원고 예산 삭감 및 보건인력 감축도 이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이 드러낸 건 에볼라의 위협이 아니다. 미국과 전세계가 국제적 위협에 침묵한 결과가 에볼라일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미국도 국제 사회와 함께 에볼라 대책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