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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기능은 다 있네…가격이 경쟁력

Los Angeles

2026.06.28 19:00 2026.06.2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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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개성적 디자인, 픽업트럭·SUV 전환 용이
넉넉한 실내 공간…주행 성능·승차감 기대 이상
181마력 경쾌한 가속·충전당 주행거리 205마일

기획-저가 EV 슬레이트 돌풍

1. 2만4950불짜리 전기차 등장
2. 다목적 EV 슬레이트 탑승기
3. 슬레이트 개발부터 판매까지
 
참석자가 동승한 시범 탑승 차량이 코스를 떠나고 있다.

참석자가 동승한 시범 탑승 차량이 코스를 떠나고 있다.

전기 픽업트럭이 단돈 2만4950달러. 슬레이트 오토가 만들고자 하는 자동차가 무엇인지, 어떤 장점이 있는지는 분명했다.
 
지난 24일 가디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열린 슬레이트 오토 신차 공개 행사에 초청된 기자는 업체 엔지니어가 운전하는 전기 픽업트럭에 동승했다. 스튜디오 인근 일반 도로를 중심으로 구성된 주행 코스에서 승차감과 가속 성능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주행 중 운전자의 시야.

주행 중 운전자의 시야.

비용 절감을 위해 필요한 기능만 남긴 단촐한 실내.

비용 절감을 위해 필요한 기능만 남긴 단촐한 실내.

디자인·실내
 
외관은 작고 단순한 소형 픽업이지만 긴 보닛이 앞으로 길게 뻗어 있어 전형적인 미국식 픽업트럭의 느낌을 준다. 특히 1960~80년대 픽업트럭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듯한 직선 위주의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개성이 있었다. 문을 닫을 때는 저가 차량에서 흔히 느껴지는 가벼운 철제 소음이 아니라 픽업트럭임을 알 수 있는 묵직한 ‘텅’ 소리가 났다.  
 
슬레이트에게 중요한 판매 포인트는 커스터마이징이다. 탑승한 모델은 2인승 전기 픽업트럭이지만 추가 키트 구매를 통해 SUV로도 전환할 수 있다. 이 밖에도 100개 이상의 외장 랩 디자인과 54가지 기본 색상 랩을 제공하며, 원하는 색상으로 맞춤 제작도 가능하다.
 
차체 사이즈는 컴팩트하지만 실내 공간은 넉넉했다. 오히려 썰렁하기까지 했다. 다르게 말하자면, 실내는 철저하게 필요한 것만 남긴 공간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센터 디스플레이가 없다는 점이다. 대신 스마트폰 거치대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태블릿을 사용하려면 별도의 모듈을 추가 구매해야 한다. 대시보드로 이어지는 전면부에는 공조 기능을 조절하는 다이얼 3개와 수납공간이 유일했다.
 
창문을 여는 방식도 요즘 차량에서는 보기 드문 수동 크랭크다. 오랜만에 손으로 창문을 돌려 내리는 경험은 다소 낯설었지만, 슬레이트가 추구하는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 자동차’라는 철학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비용 절감이라는 이유로 대체된 일부 부품은 아쉬움을 남겼다. 공조장치뿐만 아니라 방향지시등 레버 등 운전자가 가장 자주 만지는 부분은 다소 저렴한 플라스틱 질감이 느껴졌다. 이날 탑승한 차량은 양산 직전 프로토타입인 만큼 향후 개선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바라보는 시야도 쾌적한 편이었다. 버킷시트는 적당히 푹신해 장시간 운전에도 부담이 없어 보였다.
 
주행 성능·승차감
 
처음 느낀 차량의 가속감은 경쾌했다. 출발과 가속에선 후륜에 장착된 181마력 전기모터로 인한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가 느껴졌다. 엔지니어가 여러 차례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시속 50마일 안팎까지는 답답함 없이 속도를 끌어올렸다. 회사가 발표한 0~60마일 가속 8초라는 수치도 충분히 납득할 만했다. 일상적인 도심 주행에서는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을 수준이다. 감속은 비교적 자연스럽고 제동력이 일정하게 이어져 동승 중에도 이질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승차감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도로의 요철과 작은 포트홀에 의한 충격을 무난하게 흡수했고 차체 움직임도 안정적이었다. 다만 픽업트럭인 만큼 향후 적재 상태나 SUV 변환 이후 동일한 서스펜션 세팅으로 어떤 승차감을 보여줄지는 실제 시승을 통해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저속 주행에서는 외부 소음이 잘 차단된 모습이었으나 속도를 높이자 풍절음이 들려왔다. 운전자와 대화가 방해될 정도의 소음은 아니었다.
 
이날 행사에서 느낀 슬레이트 트럭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자동차를 완성품이 아니라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발상이었다.
 
그러나 이에 따른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 기본 가격은 2만4950달러지만 옵션을 추가할수록 가격은 빠르게 올라간다. SUV 전환 키트만 약 5000달러가 추가되며 각종 액세서리와 모듈, 오디오 시스템 등을 선택하면 실제 구매 가격은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
 
스테이지에 전시된 차량 역시 SUV 키트, 루프랙, 인치 업 타이어, 센터 콘솔, 각종 추가 패널 등을 추가한 가격이 3만5000달러로 베이스 모델보다 약 1만 달러나 더 비쌌다.
 
또한 주행거리도 처음 공개 당시 기대했던 최대 240마일이 아닌 205마일로 확정됐다. 배터리는 63kWh 배터리 하나만 제공되며, 급속 충전은 120kW로 20~80%에 약 30분 정도가 걸린다. 최신 전기차와 비교하면 충전 성능은 다소 평범한 수준이다.
 
2만4950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기본적인 구실을 하는 전기 트럭이라고 생각하고 구매한다면 슬레이트는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분명 슬레이트는 가장 빠른 전기차도, 가장 첨단 기술이 들어간 전기차도 아니다. 그러나 필요한 기능만 담고 소비자가 자신의 삶에 맞게 차량을 완성해 가는 방식. 그것이 슬레이트가 치열한 자동차 업계에서의 생존 전략이다.

글·사진=우훈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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