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인공지능(AI) 컴퓨팅 자원 부족으로 경쟁사 메타플랫폼스(메타)의 제미나이 AI 모델 사용량을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업들조차 급증하는 AI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인프라 병목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3월 메타에 요청한 만큼의 제미나이 사용 용량을 제공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 조치로 메타의 일부 내부 AI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었으며, 현재까지도 제한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타는 이에 대응해 직원들에게 AI 사용량 단위인 'AI 토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다른 고객사들도 일부 영향을 받았지만, 제미나이 의존도가 높은 메타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사내 보안 프로세스 자동화와 온라인 사기 탐지, 유해 콘텐츠 차단, 개발 업무 등에 제미나이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자체 AI 모델인 '라마(Llama)'가 일부 성능에서 제미나이에 뒤처지면서 경쟁사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초고도 AI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와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간에 기술 격차를 해소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글과 메타는 이번 보도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스페이스X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콜로서스(Colossus) 1’.
이번 사례는 AI 산업 전반의 인프라 부족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에 수백억달러를 투자하고 있지만, 고성능 AI 모델 운영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구글도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초에는 스페이스X로부터 전산 인프라를 임차하기 위해 월 9억2000만달러(1조4164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구글 클라우드 매출이 처음으로 200억달러(30조8000억원)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다만 인도되지 않은 클라우드 수주 잔고는 46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단기적으로 컴퓨팅 제약에 직면해 있다"며 "수요를 모두 충족했다면 클라우드 매출은 더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챗봇과 코딩 어시스턴트, AI 에이전트 도입을 확대하면서 AI 컴퓨팅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자체 클라우드 사업이 없는 메타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보다 인프라 병목에 더욱 취약한 구조다.
메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28년까지 미국 내 AI 인프라에만 6000억달러(923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