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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중’ 콜비, ‘동맹중시’ 공화당 전통 매파와 갈등…트럼프 행정부 노선 경쟁

중앙일보

2026.06.2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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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국방장관 회의 후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 회의에 참석한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전쟁부) 정책담당 차관. 로이터=연하뷴스

지난 2월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국방장관 회의 후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 회의에 참석한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전쟁부) 정책담당 차관. 로이터=연하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을 설계하는 핵심 인물로 꼽히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전쟁부) 정책담당 차관이 공화당 내 외교안보 분야 중진 의원들과의 갈등설에 휩싸였다.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유럽 등에서 미국의 군사 지원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콜비 차관의 구상이 미국의 강력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한 대외 개입론과 동맹 중시론을 펴는 공화당 내 전통적 매파와 정면충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콜비 차관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외교안보 정책의 미래를 결정짓는 싸움의 중심인물이 됐다고 보도했다.



미군 감축 계획 놓고 “알지 못해” 답변 후 갈등

갈등의 도화선이 된 것은 지난해 루마니아 주둔 미군 감축 문제였다. 하원 군사위원장인 마이크 로저스 공화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루마니아 주둔 미군 수천 명의 감축 첩보를 입수하고 콜비 차관에게 감축 계획이 있는지를 물었지만 콜비 차관으로부터 “알지 못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2주 뒤 유럽 동부 지역의 육군 1개 여단 감축이 발표되자 로저스 의원은 격분했다. 콜비 차관은 당시 철수에 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여서 확답할 수 없었을 뿐 사실을 오도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콜비 차관은 로저스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자신을 부정직하다고 비난한 것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로저스 위원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콜비 “우크라 무기 공급 잘못”…고립주의 노선

하버드 정치학 학사, 예일대 로스쿨 출신으로 빌 콜비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손자인 콜비 차관은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인 ‘전략적 절제주의자’로 통한다. 그는 공화·민주 양당 모두 미국의 힘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고, 국방부가 향후 있을 수 있는 중국과의 전쟁에 필요한 무기 재고가 이미 부족함에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해 왔다.

콜비 차관은 트럼프 2기 출범 직후 보수 진영 내 또 다른 ‘비개입주의자’로 통하는 방송인 출신 터커 칼슨과의 인터뷰에서는 “동시에 여러 상대와 싸우는 건 말 그대로 무모한 짓”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 중단론을 강하게 펴면서다.

또 지난해 여름 우크라이나와 발트 3국에 대한 안보 지원 중단을 권고했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시로 미국·영국·호주 3국 안보 협의체인 오커스(AUKUS)를 통해 호주에 핵추진잠수함(핵잠) 기술을 이전하는 협정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 역시 미국의 잠수함 생산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호주에 핵잠을 넘기는 것이 미국의 전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콜비 차관의 기존 문제의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다만 그가 주도한 재검토가 협정 폐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공화 매파 “동맹 홀대에 우려…고립주의 안돼”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상원 군사위원장인 로저 위커 공화당 의원이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상원 군사위원장인 로저 위커 공화당 의원이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콜비 차관의 이러한 고립주의 노선에 릭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우리 동맹국들을 지지하지 않는 일부 조치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공화당은 고립주의자가 될 수 없다”며 그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여기에 콜비 차관이 상원 군사위원장인 로저 위커 공화당 의원이 이끄는 의원단의 대만 방문 계획을 두고 ‘중국 자극 가능성’을 들어 행정부의 지원을 막으려 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군 당국은 결국 위커 의원에게 항공기 지원을 제공했지만, 이 일은 콜비 차관 측과 공화당 내 일부 의원들 사이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후 공화당 의원들은 콜비 차관이 펴는 정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그의 측근 인사들의 상원 인준을 지연시키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위커 위원장이 이끄는 상원 군사위원회는 오스틴 다머와 알렉스 벨레즈-그린 등 콜비 차관의 수석부차관보 지명자 2명에 대한 인준을 계속 미뤄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다머와 벨레즈-그린에 대한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댄 설리번 공화당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연락하기 어려운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가. 바로 국방부 정책 차관”이라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 국방부(전쟁부) 청사에서 피트 헤그세그 국방 장관(앞줄 왼쪽)과 엘브리지 콜비 정책담당 차관(앞줄 오른쪽)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회담하기 위해 나란히 앉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7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 국방부(전쟁부) 청사에서 피트 헤그세그 국방 장관(앞줄 왼쪽)과 엘브리지 콜비 정책담당 차관(앞줄 오른쪽)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회담하기 위해 나란히 앉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콜비, 관계 개선 시도…부차관보 인준 지연

의회 원성이 높아지자 콜비 차관은 관계 개선 노력에 나섰다고 한다. 국방부에 따르면, 정책 차관실은 최근 수개월간 360회 이상 의회 브리핑과 면담을 진행하며 접촉면을 넓혀 왔다.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콜비 차관은 헤그세스 장관의 ‘힘을 통한 평화’ 접근법을 전달하기 위해 의회 전역의 의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며 콜비 차관을 감쌌다.

설리번 의원 등 공화당 내 일부는 소통이 개선됐다고 평가했지만, 로저스 하원 군사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핵심 의원의 불신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콜비 차관의 수석부차관보 2명에 대한 인준은 가결에 필요한 찬성 의원 수가 부족한 상태로, 여전히 미결 상태다.

릭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의 의제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나는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이에 대해 콜비 차관은 “나는 대통령의 충직한 참모”라고 자처하며 자신은 매주 헤그세스 장관과 몇 시간씩 시간을 보내고 헤그세스 장관은 중요 결정 전 종종 트럼프 대통령과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을 보좌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외교안보 어젠다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WP는 콜비 차관과 공화당 내 전통 매파의 갈등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표방하는 ‘힘을 통한 외교’의 실행 전략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노선 경쟁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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