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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충돌 후 다시 ‘상황 관리’…“공격 중단, 30일 카타르 회담”

중앙일보

2026.06.28 22:23 2026.06.29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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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 들어서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 들어서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호르무즈해협에서 발생한 상선 공격과 보복 공습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미국과 이란이 물리적 충돌을 멈추고 다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양국은 상대를 향한 군사작전을 중단하고 오는 30일(현지시간) 카타르에서 회담을 열어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분쟁 해결을 시도한다고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28일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이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우리는 모든 물리적 군사작전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미 당국자는 “양측은 우선 군사 충돌을 멈추고, 선박들은 (호르무즈해협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며 “(호르무즈해협 관련) 기술적 협상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30일 카타르서 호르무즈 분쟁 집중 논의”

미·이란 양측은 30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만나 호르무즈해협 통항과 군사 충돌의 재발 방지 방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25일 이후 급격히 고조돼 온 해협 내 군사적 긴장을 통제하기 위한 상황 관리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양측은 당초 30일 스위스에서 회담을 갖고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25일 이란이 “지정 항로를 벗어난 상선의 안전은 책임질 수 없다”는 경고 직후 화물선 ‘에버러블리호’를 드론으로 공격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 중부사령부가 26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이란 내 미상의 장소에서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포착된다. 미국은 이날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상선 공격에 대응해 이란 군사시설을 타격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중부사령부가 26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이란 내 미상의 장소에서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포착된다. 미국은 이날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상선 공격에 대응해 이란 군사시설을 타격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해협 통제권 위해 강압적 군사행동

미국이 이란의 방공망과 드론 저장시설 등 군사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자 이란은 다시 27일 파나마 국적 유조선 ‘키쿠호’를 공격한 데 이어 쿠웨이트 알리 알살렘 미군 공군기지와 바레인의 미 제5함대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맞섰다.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장악하기 위해 강압적 군사행동에 거듭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군사충돌 과정에서는 카타르 선박에 탑승했던 선원 1명이 군사작전 파편에 맞아 숨지고 다른 1명이 부상을 당하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군사공격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종전 MOU가 체결 이후 10여일 만에 붕괴 위기 상황으로 내몰렸다. 양국은 지난주 스위스 고위급 회담에서 우발적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한 핫라인 구축에 합의했지만 이번 사태에서 핫라인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NYT “어느 쪽도 전면전 회귀 원치 않아”

당초 양측은 30일 스위스에서 이란 핵프로그램을 주요 의제로 후속 협상을 벌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호르무즈해협에서 돌발적 군사 충돌이 벌어지면서 회담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 회담 장소를 카타르로 변경하고 의제도 핵 문제 중심에서 호르무즈해협 통항과 긴장 완화 방안을 중점 논의하는 것으로 조정했다고 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이란 어느 쪽도 전면전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짚었다. 악시오스는 “미국 실무 협상단을 이끄는 국무부 출신 닉 스튜어트가 이번 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협상은 최근 미·이란 간 충돌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종전 MOU의 호르무즈해협 관련 조항을 둘러싼 양측 해석 차이를 조율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호르무즈해협의 항행의 자유는 국제사회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28일(현지시간) 오만만의 호르 파칸 컨테이너 터미널 앞바다에서 화물선 한 척이 운항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오만만의 호르 파칸 컨테이너 터미널 앞바다에서 화물선 한 척이 운항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전쟁 책임 물어야”

미국과 이란이 외교적 해법 모색에 나서기는 했지만 상황이 다시 악화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강제 전쟁으로 이란 국민에게 가한 신체적·정신적 피해, 미나브와 라메르드에서의 아동 살해 및 전쟁범죄부터 의료시설 공격에 이르기까지 모든 행위는 국내외 법원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할 법적 문제”라며 “이런 범죄자들을 반드시 체포해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르무즈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실제 항행이 정상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이 살포한 기뢰의 존재로 인해 평화 협정이 유지되더라도 해운 통행량이 평시 수준을 회복하는 데에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협 통과 명목 수수료 징수 문제를 두고 미국과 이란이 장기간 대치할 가능성도 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29일 X(옛 트위터) “호르무즈해협 연안국인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공동위원회 첫 회의를 개최했다”며 “양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걸프 연안국의 주권을 비롯해 이달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잠정 합의를 바탕으로 한 호르무즈해협의 향후 관리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종전 MOU 5조 ‘이란은 상업 선박들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최선을 다해 조처할 것’ 조항을 근거로 해협 관리 권한이 자국에 독점적으로 부여됐다 주장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후속 협상 기간이 지난 후에는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국은 국제법 등에 따라 호르무즈해협과 같은 국제수로에는 자유로운 항행을 위한 통과 통항권이 있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와 별개로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계속할 경우 이란이 휴전 조건 위반을 이유로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폐쇄하려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스라엘은 이날도 헤즈볼라가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 레바논 남부 마즈달 준 마을의 길이 약 200m 지하 터널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안보 지대에 계속 머물 것”이라며 “테러 기반을 계속 파괴하고, 북부 접경지 주민들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며, 이스라엘 국민의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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