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위반 증거인멸 등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선고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김건희 여사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사진 서울중앙지방법원
인사·이권 청탁과 함께 고가 금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김건희 여사가 청탁을 단순히 전달받거나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호응했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순표 부장판사)는 김 여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사건 판결문에서 각 청탁과 금품 수수 경위, 이후 김 여사의 대응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금품을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구체적인 청탁의 대가로 인식하고 수수했다고 판단했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5560만원 상당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와 2610만원 상당 티파니앤코 브로치를 받은 뒤에는 먼저 “회사에 도와드릴 것은 없느냐”고 물었다. 재판부는 “공여자가 기대하는 원조의 내용을 확인하려는 취지로 보인다”며 “통상적인 축하 선물을 받는 자리에서 수령자가 먼저 직무 관련 도움의 필요성을 묻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이 맏사위 박성근 변호사의 공직 인사를 청탁한 이후 김 여사가 박 변호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한 점도 판결문에 담겼다. 재판부는 “청탁을 단순히 전달받거나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실현 과정에 일정 부분 관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국가교육위원장 임명 청탁과 함께 금거북이를 받은 자리에서는 “알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금거북이가 대통령 인사권 행사에 관한 알선 명목으로 제공됐고, 김 여사도 그 대가관계를 인식한 채 수수했다고 봤다.
로봇개 사업가 서모씨에게서는 사업 지원 청탁과 함께 3990만원 상당 바쉐론콘스탄틴 시계를 받았다. 판결문에는 시계를 전달한 당일 서씨가 한국지사장에게 “대만족, 실물이 더 이쁘다고”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지사장이 “회장님이 딱 맞게 골라주셨다”고 답한 내용도 담겼다.
이후 대통령경호처 특혜 계약 의혹이 불거지자 김 여사는 서씨에게 직접 전화해 “다른 것은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으니 이건 그만해라”, “언제고 서씨는 기억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상민 전 부장검사에게 공천 청탁과 함께 이우환 화백 그림을 받은 혐의와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총선 당시 여권 내부에서 김 전 검사를 김 여사가 지원하고 있다는 취지의 진술 등을 근거로 “선거 국면이 본격화한 뒤 피고인이 실제로 김상민을 지원하기 위해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정황”이라고 판단했다.
최재영 목사와 관련해서도 법원은 김 여사가 청탁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고 봤다. 최 목사가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과 민간외교사절단 접견을 청탁하자 김 여사는 “네,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하겠습니다”고 답했다. 이후 특강 요청과 함께 책과 고가 양주를 전달받았을 때도 “너무 잘 받았다”, “시간 내 강의 만들어보겠습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최 목사가 건넨 구체적인 청탁에 대해 단순히 수동적으로 청취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이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