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북중미 월드컵 탈락의 원인을 ‘무능한 사람들’ 탓으로 돌리자 한국 감독이 사임했다.”
영국 가디언은 29일(한국시간)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의 자진 사퇴 소식을 이렇게 보도했다. 이번 대회 결과를 놓고 한국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 홍 감독의 사퇴를 압박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가디언을 비롯한 주요 외신이 관심을 보인 건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월드컵 성적에 반응하는 게 흔치 않기 때문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X(옛 트위터)를 통해 “결국 인사가 만사임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능력보다 내 편 네 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개선을 위한 대책을 꼼꼼하게 챙겨 달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사령탑이 물러나는 건 예사로운 일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스코틀랜드 스티브 클라크 감독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튀니지는 스웨덴과의 1차전에서 1-5로 대패한 사브리 라무시 감독을 경질했다. 그러나 한국처럼 정치 지도자가 대대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건 이례적이다.
미국 ESPN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지 24시간도 되지 않아 홍명보 감독이 사임을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국가대표 사령탑을 ‘무능하다’고 강하게 비난하고, 대표팀 시스템 점검을 요구한 이재명 대통령 발언이 여파를 미쳤다”며 정치권의 개입에 주목했다. 미국 USA투데이와 영국 골닷컴 등도 홍 감독 사퇴의 변보다 이재명 대통령의 X 게시글을 더 심도 있게 보도했다.
예고된 결과라는 반응도 나왔다. 가디언은 “홍 감독은 이번 대회 시작 전부터 팬들과 자국 언론으로부터 큰 반감을 샀다. 2024년 7월 홈경기에선 야유도 받았다”면서 “한국은 남아공전 무승부만으로도 32강 진출이 가능했지만, 홍 감독은 베테랑 주장 손흥민을 제외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 도박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홍 감독이 과거 활약했던 일본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닛칸스포츠는 “1997년부터 벨마레 히라츠카와 가시와 레이솔 등에서 뛴 홍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홍 감독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최초의 동메달을 따냈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마친 뒤 사퇴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졌다”고 했다.
데일리스포츠는 “홍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난 날,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25위에서 32위로 떨어졌다. 30위권 추락은 2021년 이후 약 5년 만이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