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극우는 1945년 이전 체제로 돌아가기를 꿈꾼다. 그때 가장 광대한 영토를 가졌기 때문이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등 정치인들이 수시로 일본 신화를 끄집어내는 건, 이를 통해 민족주의를 강화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려는 목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일본 역사문화 연구 권위자인 호사카 유지(70)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 명예소장(전 세종대 교수)의 일본 사회 진단이다.
신간 『극우의 신화 일본 - 숨길 수 없는 전쟁본능』(책이라는신화)을 들고 29일 서울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일본 내 뿌리 깊은 강경우파들의 본색과 이것이 한국에까지 미치는 영향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싶어서 쓴 책”이라고 밝혔다. 일본 태생으로 도쿄대 공학부를 나온 그는 1988년 한일관계 연구를 위해 서울로 온 뒤 15년 만에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강한 일본’ ‘싸우는 여전사 총리’ ‘아마테라스의 후예’…. 지난해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를 두고 이처럼 예찬하는 일본 내 젊은 지지자들을 보면서 그는 뿌리 깊은 ‘칼의 신화’를 떠올린다고 했다. 한국에 단군신화가 있다면 일본엔 아마테라스 신화가 있다. 태양의 여신이자 전쟁의 신인 아마테라스는 진구황후(神功皇后)에게 ‘신라-삼한정벌’의 명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호사카 소장은 “8세기 초에 편찬된 역사서 속 허구 인물들인데도 일본에선 대대로 이 신화를 활용하려는 권력자들이 득세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에도(江戸) 시대(1603~1868)를 거치면서 성리학의 왜곡된 수용이 『일본서기』의 신화를 역사로 포장했다고 본다. 아마테라스를 최고신(最高神)으로 받들면서 일왕을 ‘살아 있는 신’으로 숭배하는 일본식 극우 민족주의는 태평양전쟁으로 정점을 찍었다.
호사카 소장은 “비록 일본 극우가 전체의 2%에 불과하다 해도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대중적 영향력을 발휘한다”면서 다카이치 총리 체제에서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전쟁할 수 있는 국가’를 목표로 하는 일본이 한국을 군사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속셈에서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악사) 체결 등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호사카 소장은 “지난해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배후 무속인으로 알려진 건진법사(전성배) 법당에서 아마테라스가 모셔진 걸 보고 한일 극우의 상관관계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극우를 지원하는 게 일본 극우의 생존전략이란 걸 꿰뚫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