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6시, 알람 시계처럼 정동(正東)에서 해가 뜬다. 달력은 6월의 끝을 향하는데, 창을 열면 기분 좋은 10도의 늦가을 공기가 들어온다. 한낮 햇볕이 대지를 달궈도 최고기온은 20도를 넘지 않는다. 그래서 기상캐스터는 늘 똑같은 말만 되풀이한다.
대기과학자들은 더 연구할 거리가 없다. 위도에 따라 세상 사는 풍경도 다르다. 적도는 매일 폭염이 쏟아져 에어컨이 산소호흡기나 다름없지만, 북구는 냉장실보다 썰렁한 낮과 냉동실만큼 시린 밤이 이어진다. 저녁 6시, 정서(正西) 지평선 너머로 해가 지면 하루의 반, 긴 밤이 시작된다. 중위도 지역은 1년 내내 봄과 늦가을 같은 날씨라, 사람들은 냉난방비와 철 따라 옷을 고르는 스트레스에서 자유롭다. 계절 구분이 없으니 ‘철 지난 옷’은 없다. 옷장을 열면 두꺼운 패딩과 반바지는 어쩌다 여행 중에 입는 옷뿐이다. 얇은 재킷과 춘추복 몇 벌이면 그런대로 1년을 버틴다.
치러야 할 대가는 있다. 낮과 밤이 하루 반반이라, 낮 길이와 온도 변화에 민감한 해바라기·장미·무궁화 같은 꽃은 망울을 터뜨리기 어렵다. 살구와 자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겨울을 나야 단맛이 드는 사과와 배도 자연산은 구경하기 힘들다. ‘제철 과일’은 인공조명과 배양액에서 자란, 부자들만 찾는 사치 식품이다.
자전축이 수직인 그 낯선 행성을 상상하다가 문득 이 땅이 지독하게 그리워진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한입 베어 문 수박,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와 눈사람 만들던 추억이 있는 세상. 1년 중 낮이 제일 길다는 하지가 지났다. 역대급 여름이 될 거란 장기예보에 허리띠를 졸라맨다. 모기는 잉잉대고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에 눈이 따갑다. 삼복 열대야에 냉방비가 두렵지만, 자전축이 기울어 4계절이 있는 푸른 지구.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땅이, 천국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