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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으론 한계, 미 청년들의 ‘AI 부업’

중앙일보

2026.06.29 08:03 2026.06.2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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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직장에 대한 불만과 경제적 불안, 인공지능(AI) 확산이 맞물리면서 이른바 ‘패시브 인컴(Passive Income)’으로 불리는 ‘노동 외 소득’을 추구하는 게 하나의 경제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패시브 인컴은 처음에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만, 이후에는 추가 노동을 크게 하지 않아도 꾸준히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뜻한다. 전통적으로는 임대료와 배당·이자, 저작권료 등이 대표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전자책과 디지털 문서(PDF), 음성 콘텐트 판매 등으로 개념이 넓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홍보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AI를 활용해 혼자서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WSJ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삶은 더 이상 꿈이 아니라 벗어나고 싶은 대상”이라며 “패시브 인컴이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지회사 직원 미카엘 트렘블레이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몇 분 만에 제작한 학습용 PDF와 워크북을 온라인 장터 ‘엣시(Etsy)’에서 판매하고 있다. AI를 통해 경쟁이 적은 틈새 주제를 찾아 상품을 만들고, 매달 수백 달러를 번다. 트렘블레이는 “등산을 즐기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여성을 위한 식단 계획표와 같이 구체화하면 충분히 팔린다”고 설명했다.

음향 엔지니어링 경력이 있는 매트 엡소는 AI 음성 플랫폼 ‘일레븐랩스(ElevenLabs)’에 자신의 목소리를 등록했다. 이후 오디오북이나 영상 제작자들이 그의 목소리를 사용할 때마다 사용료를 받아 한 달에 약 3000달러(약 463만원)를 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패시브 인컴 게시판에는 매주 약 5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배경에는 노동소득만으로는 자산을 축적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있다. 투자 플랫폼 더브(dub) 조사에서 미 Z세대(1997~2012년생)는 “평범한 직장만으로는 재정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이 60%에 달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가진 미국인은 930만 명으로 미국 노동통계국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금융 플랫폼 캐시앱의 지난 3월 조사에서도 18~28세의 44%가 월급 외 다른 수입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한국 역시 과거 배달·대리운전 등 육체노동 중심이던 부업 트렌드가 AI를 활용한 전자책, 디지털 템플릿, 블로그 광고 수익, 이모티콘 제작 등으로 확산 중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AI는 시간과 자원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하는 도구”라며 “좋은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AI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과 복수의 소득원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대다수 도전자는 ‘가만히 있어도 돈이 들어온다’는 기대와 달리, 플랫폼 관리와 고객 응대, 콘텐트 업데이트를 위해 매일 꾸준한 시간과 노동을 투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투입되는 노력 대비 체감 수익은 기대에 못 미친다. WSJ은 “진짜 패시브 인컴은 생각보다 드물다”고 짚었다.

금융정보업체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부업으로 버는 돈의 중간값은 월 200달러에 불과하다. 버지니아커먼웰스대의 사회학자 빅터 탄 첸 교수는 “결국 우리가 마주한 이 ‘카지노 경제’ 속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도박에 더 가깝다”고 짚었다.

새로운 사회적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용진 교수는 “앞으로는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생산성과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AI 활용 능력의 격차가 새로운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AI 교육과 데이터 인프라 관리 등에서 공공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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