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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마켓 나우] 40조 M&A 시장, 토종이 외국계에 밀린다

중앙일보

2026.06.29 08:06 2026.06.2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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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지난해 국내 M&A 시장은 전년 대비 30% 성장한 약 40조원 규모로, 2022년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패턴이 하나 있다. 5000억원 이상 대형 거래에서 인수자 상당수가 외국계였다. 유럽계 EQT의 더존비즈온과 ‘리멤버’ 운영사 드라마앤컴퍼니 인수, 미국 KKR의 SK에코플랜트 환경 자회사 인수, 미국 블랙스톤의 준오헤어 인수가 대표적이다.

이 흐름은 미국 칼라일의 청호나이스 인수, 홍콩 거캐피탈의 폐기물 업체 코엔텍 인수 등을 통해 올해에도 계속되었다. 조 단위 ‘빅딜’뿐만 아니라 5000억원에서 1조원 사이의 ‘미드캡’ 거래로까지 외국계의 영역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내 사모펀드들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있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첫번째 원인은 펀드 규모의 절대적인 격차다. EQT(약 24조원), 블랙스톤(약 20조원) 등 외국계는 최근 천문학적인 아시아·태평양 전용 펀드를 조성했다. 이 자금을 소진하기에 한국은 호주·일본과 함께 몇 안 되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고환율 환경도 외국계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원·유로 환율이 1700원대를 오가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을 일시적으로 할인된 가격에 인수할 기회가 생겨난 셈이다. 장기적으로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경우 환차익만으로도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매도자들이 외국계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산업별 전문성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한몫한다

외부 환경만이 원인은 아니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국내 사모펀드 업계에 대한 신뢰도와 투자 심리도 흔들렸다. 아이러니하게도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의 투자자 대부분은 해외 기관이지만, 그 여파는 고스란히 이른바 ‘토종’ 사모펀드들에 전가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모펀드들에 대한 규제가 비대칭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주주 적격성, 차입 한도, 내부통제 등에 대한 규제 강화는 사실상 토종 사모펀드들에만 적용된다. 역외 설립 외국계 사모펀드에는 자본시장법상 운용 규제가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계 자본의 유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하등의 이유는 없다. 다만, 국내 자본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이 만들어져 있는가가 문제다. 국내 자본에 불리한 규제가 외국계의 국내 기업 인수 확대로 이어진다면, 그 과정에서 창출되는 투자수익의 상당 부분이 해외 투자자에게 귀속될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 자본에 대한 ‘의도치 않은’ 역차별을 없애고 경쟁력을 키우는 일은 국부의 확대와 투자수익의 국내 환류라는 관점에서도 필요하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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