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트럼프를 상대로 배상 평결을 받아낸 뒤 법원을 나서는 E 진 캐럴(오른쪽). EPA=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잇따라 불리한 판단을 내렸다.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상고를 기각해 500만달러(약 77억원) 배상 판결을 확정한 데 이어,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해임 시도에도 제동을 걸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2023년 패소한 성추행 민사소송과 관련해 제기한 상고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별도의 사유를 밝히지 않았으며 반대 의견도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인 2023년 5월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성추행 민사소송에서 원고인 E 진 캐럴에게 5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배심원 평결을 받았다. 패션잡지 ‘엘르’의 칼럼니스트 출신인 캐럴은 트럼프 대통령이 1996년 뉴욕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에서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배심원단은 성폭행 증거는 찾지 못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캐럴을 성추행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판단했고 법원은 500만 달러의 배상을 명령했다. 2심 법원도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유지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 상고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500만달러를 배상하도록 한 원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캐럴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별도의 명예훼손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2024년 1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자료 8330만 달러(약 1285억원)를 지급하라고 결정했고 지난해 9월 2심 법원도 이를 유지했다.
지난 1월 21일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 이사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같은 날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 한 시도에도 적법 절차 위반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해당 판결은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이 작성했으며 대법관 5대 4 의견으로 결정됐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기존 판례에 따르면 쿡 이사는 해임되기 전에 해임 사유를 통보받고 이에 대해 답변할 기회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쿡 이사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최초의 흑인 여성 Fed 이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쿡 이사가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으로 주택금융청의 조사를 받은 점을 문제 삼아 일방적으로 해임을 통보했다. 미 대통령이 연준 이사의 해임을 직접 추진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대법원 결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대한 타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