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에 나서려는 당권 주자들 사이에 때 아닌 적통 논쟁이 번지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송영길 의원은 29일 KBS 라디오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를 공격하려고 ‘노무현 적통’을 따진다면 정 전 대표는 그럴 자격이 없다”며 “정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과 등을 져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전 대표가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인 1표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가치”라며 “정당 민주와 정당 개혁 깃발을 올린 노무현의 꿈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는 등 적통 논쟁에 불을 댕기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청래 전 대표는 지난 24일 대표직을 사퇴할 때도 “난 노무현 키즈”라는 표현을 썼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송 의원의 발언에 곧바로 발끈했다. 페이스북에 “100% 허위사실 유포”라며 “당연히 참석했다. 사과하기 바란다”고 썼고, 곧이어 친청(친정청래)계의 지원사격이 이어졌다. 한민수 의원은 “허위 사실 유포는 안 된다”고 엄호했고, 최민희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치인들의 편가르기 신공이 적통이란 단어까지 등장시켰다”며 날을 세웠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해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민석 총리는 정 전 대표에 맞불을 놓지는 않고 있지만, “난 DJ 키즈이자 당원주권론자”(지난 26일 광주 김대중 정치학교 특강)라고 강조하는 식으로 자신의 정치적 뿌리를 어필하고 있다.
적통 논쟁은 주로 ‘노무현 정신’을 둘러싸고 펼쳐지고 있지만 정작 민주당 내에서 세 주자의 과거 정치 행보를 ‘친노(친노무현)’로 평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새천년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총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김민석 총리는 ‘DJ의 적장자’라 불릴 만하지만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로의 후보 단일화를 외치며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었다. 정 전 대표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한 사람들의 모임) 활동을 배경으로 정치에 입문했지만, 2006년 이후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과정에서 정 의장 편에 섰다. DJ의 발탁으로 16대 국회 때 첫 금배지를 달았던 송 의원은 2003년 친노그룹이 주도한 열린우리당 창당에 적극 동참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은 아니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8일 오후 경기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민주당 청년 당선인 워크숍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뉴스1
공희준 정치 컨설턴트는 “정 전 대표가 이재명 정부의 성과와 비전의 후광을 받는 김 총리에 맞서 ‘노무현 향수’에 기대는 전략을 쓰고 있지만, 과거 이력을 따지다 보면 승자 없는 네거티브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내 지도부에 속한 의원은 “지금은 적통 논쟁이나 말싸움을 할 때가 아니라 민생과 정책으로 경쟁해야 할 시점”이라며 “전당대회가 의제 경쟁의 장이 아닌 갈등의 장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송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노 전 대통령 문제로 서로 공격하는 방식의 논쟁은 지양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말했지만 사과는 없었다. 정 전 대표는 오후 의원총회 뒤 “(사과를 못 받으면) 제 명예를 위해 제가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취해야 되지 않겠냐”며 “서글픈 현실”이라고 했다.
송 의원은 이날 김 총리와의 ‘반청 연합’ 구상도 드러냈다. 같은 라디오 프로에서 그는 “정청래 후보와 송·김 중 1, 2등이 됐다면 연대가 되는 것”이라며 “결선투표를 통해 연대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