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급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이 다음 달 3일 마감을 앞둔 가운데 정부 지원금 효과를 둘러싼 평가가 엇갈린다. 정부는 지원금이 소상공인 매출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하지만, 단기적인 소비 진작 효과와 장기적인 경영 개선은 별개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7~10월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소상공인 매출을 늘렸다고 평가한다. 지난달 11일 행안부 의뢰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국내 6개 카드사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총 13조5200억원의 소비쿠폰 지급으로 소상공인 매출이 5조8600억원 순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정부는 당시 국민 1인당 10만~25만원을 지급했다.
“소비쿠폰 덕분에 소상공인 매출 5.8조 ↑”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소상공인 매출에 미친 영향. 그래픽=차준홍 기자
특히 음식업과 종합소매업 등 생활밀착형 소비 업종에서 전체 순매출 증대 효과의 절반가량(49.6%)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집행 시기 민간소비·소매판매·서비스업생산·고용 등 주요 지표가 유의미하게 상승(호전)했는데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소비쿠폰 발행이 경제는 활성화하면서도 물가는 끌어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제18회 국무회의에서 “지난해 민생 회복 소비 쿠폰의 지급으로 경제 회복의 불씨가 살아났던 것처럼 이번 고유가 피해 지원금도 유사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소비쿠폰 지급 기간 중 소상공인 매출 증가 등 단기 효과를 분석한 결과다. 폐업률과 생존율 등 사업 지속성을 보여주는 장기 지표와는 성격이 다르다. 소비쿠폰이 단기 매출을 늘렸더라도 장기적인 경영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연도별 소상공인 관련 업종 폐업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서울 소상공인 폐업률 10.4%
연도별 소상공인 관련 업종 점포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서울 통계를 보면 장기적인 경영 개선 효과는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서울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생활밀착형 소비업종의 폐업률은 10.4%로 평년 수준이었다. 2023~2024년(10.9~11.5%)보다는 소폭 개선됐지만 2021~2022년(9.2~10.0%)보다는 높았다.
창업 기업의 생존율도 큰 변화는 없었다. 지난해 서울시 창업 기업의 5년 생존율은 46.3%로 최근 5년(46.8~47.9%)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고유가 피해지원금 2차 사용처 현장 점검을 위해 서울 영등포구 한일주유소를 방문해 관련 안내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점포 수는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서울시 소상공인 관련 업종 점포 수는 63만2830개로 전년(64만8848개)보다 2.5% 감소했다. 특히 소매업종 감소율(-3.4%)이 상대적으로 컸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금이 단기 소비를 살리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소상공인의 경쟁력이나 생존력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전 중소기업학회장)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대기업 사용을 제한하거나 일부를 지역 화폐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소상공인의 단기적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원래 폐업을 준비하던 소상공인이 소비쿠폰 효과만으로 폐업을 미루는 등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지원금은 지급하는 시점의 경제 상황과 지급 시기·지역에 따라 효과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며 “향후에는 물가·환율 등 거시경제 상황과 연동해서 지원금 지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