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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까지 넘보는 반도체학과…대치동엔 ‘의·치·한·약·수·반’ 개설

중앙일보

2026.06.29 13:00 2026.06.2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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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열린 4일 대구 동구 청구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열린 4일 대구 동구 청구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견인한 코스피 강세에 힘입어 주요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일부 상위권 고등학생 사이에선 반도체 학과 진학을 목표로 한 이른바 ‘반도체 선행학습’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29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연세대·고려대·한양대·성균관대·서강대 등 서울 소재 주요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의 2026학년도 정시 모집 합격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수학·탐구 평균 점수는 96.2점으로 집계됐다. 지역권 의대 합격 평균 점수(97.2점)에 바짝 다가선 수준이다. 최근 반도체 업계의 고연봉과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알려지면서, 의대를 목표로 하던 최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도 대안 또는 차선책으로 반도체 학과를 고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계약학과는 대학과 기업이 협약을 맺어 운영하는 채용 연계형 학과를 말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7개 대학, SK하이닉스는 3개 대학과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해당 학과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취업 티켓’이 보장된다.

반도체 인력을 키우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대학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고려대가 SK하이닉스와 협력해 신설한 계약학과인 반도체공학과 홍보 영상의 한 장면. 사진 고려대

반도체 인력을 키우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대학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고려대가 SK하이닉스와 협력해 신설한 계약학과인 반도체공학과 홍보 영상의 한 장면. 사진 고려대




반도체 실습학원, 고교생 대상 8월 여름방학 특강도

반도체 학과 입시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학생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활용할 수 있는 관련 활동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가상 공장에서 반도체 공정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반도체 실습학원’에는 기존 이공계 대학생 대상 교육뿐만 아니라, 고교생을 위한 8월 여름방학 특강까지 개설됐다고 한다. 한 반도체 아카데미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교육 신청자 수도 지난해보다 약 1.5배 늘었다”고 말했다.

사교육 시장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 대치동과 목동 등 학원가에서는 상위권 학생을 대상으로 ‘의·치·한·약·수·반(도체)’ 대비반이 잇따라 개설되는가 하면, 반도체 학과 진학을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입시 컨설팅 업체도 등장했다.

대구 중구의 한 코딩학원은 ‘반도체과 합격 3개년 로드맵’을 내세워 고교생 대상 파이썬·데이터과학 조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학원 원장은 “반도체 학과 관련 학부모 상담이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어 입시 중심 체제로 학원을 개편했다”며 “지난해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이후 대학 컴퓨터공학과 수준의 개념 일부가 고교 교육과정에 포함되고, 정보 교과 수업이 확대된 데 따른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 한 코딩학원의 '반도체과 합격 3개년 로드맵'. 사진 해달에듀 홈페이지 캡처

대구 중구 한 코딩학원의 '반도체과 합격 3개년 로드맵'. 사진 해달에듀 홈페이지 캡처




“반도체 학과 지망 상위권 학생 눈에 띄게 늘어”

변화는 공교육 현장에서도 감지된다. 서울 구로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반도체 학과 진학을 위해서는 수학·물리·정보 과목 성적과 활동 기록이 중요한 만큼, 관련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의 심화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과학중점학교 교사도 “컨설팅을 다니다 보면 과거엔 상위권 학생 대부분이 의대를 희망했지만, 최근엔 반도체 학과를 지망하는 학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반도체마이스터고 입학설명회가 조기 마감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고, 과학기술·이공계 진학 통로로 꼽히는 영재학교의 2027학년도 평균 경쟁률(6.21대 1)도 영재학교 간 중복 지원이 금지된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주호 대림대 총장(전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은 “취업난이 심한 상황에서 졸업 후 안정적인 처우와 높은 성과급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반도체 분야로의 입시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산업 수요와 기술 환경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고 교육기관이 장기적 고용 안정성까지 보장할 수는 없는 만큼, 진로 선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아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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