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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영향력, 제도에 스며들어 여전히 막강

Los Angeles

2026.06.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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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
경제·교육·이민 등에 영향
유럽 연구 보고서로 나와
 종교 참여율이 감소하고 세속화가 빠르게 진행돼도 종교는 여전히 사회와 경제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거에는 영향력이 예배 출석이나 교회 활동으로 나타났다면 이제는 교육 제도와 사회 규범, 경제 구조 속에 깊이 내재한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비영리 연구재단인 '록울 재단'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종교와 경제 성장: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이 중요한 이유'에 따르면 종교는 경제 성장과 번영에 예상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교육 수준과 가족 규모, 저축 습관 등 핵심 경제 행동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영국 워릭대학교의 사샤 베커 경제학 교수는 "종교를 주변 요소로 보는 이들은 사회 구조의 깊은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며 "종교는 과거에 사회 규범과 제도를 형성했지만 지금도 많은 부분에서 정책이 작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는 몇 세기에 걸친 다양한 경제학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에는 채프먼대학교의 재러드 루빈 교수와 독일 뮌헨대학교의 루트비히 뵈스만 교수도 참여했다. 연구진은 특히 교육 분야에서 종교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 종교는 성경을 읽는 데 필요한 문해력을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종교의 이런 역할은 오늘날에도 많은 국가에서 종교계 학교 운영과 종교적 전통에 뿌리를 둔 교육 체계 유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또 소수계 공동체에서는 종교 기관이 교육과 사회 통합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베커 교수는 정책 입안자들이 기술 교육과 사회 통합, 여성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하려면 종교 교육이 세속적 기술 교육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론적으로는 중립적으로 보이는 세속 교육 정책도 특정 공동체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일 경우 강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영국에서 두드러진다. 영국 국립학교의 약 3분의 1은 종교 학교로 상당수는 가톨릭계 학교이며 일부는 유대교와 이슬람계 학교가 운영하고 있다.
 
베커 교수는 "상당히 세속적인 부모들조차도 명확한 가치관과 규율, 좋은 생활 태도, 높은 교육 열망을 기대하며 종교 학교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가 자동으로 더 나은 학교를 만든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종교적 기반을 가진 기관들이 오늘날 유럽에서도 학부모의 선택과 인적 자본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정책 입안자들이 종교 교리를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덕적 가치 체계가 자녀 수나 교육 선택 같은 중요한 삶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의 영향은 이민 문제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유럽 여러 국가에서는 이민 반대 시위가 잇따르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기독교를 국가 정체성의 핵심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영국의 '유나이트 더 킹덤'이라는 운동은 기독교 유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체성과 문화적 통합을 강조하는 태도는 때로 반이민 성향이나 이민 제한 지지로 해석되기도 한다. 많은 성직자들은 낯선 이방인을 환영하라는 기독교 정신과 충돌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러한 움직임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데 신중하다.
 
종교 단체들은 이민자 정착 지원에 적극적이다. 특히 예수회 난민봉사단을 비롯한 여러 종교 기관들은 이민자들에게 언어 교육과 생활 정보, 공공서비스 이용 방법 등을 제공하며 사회 적응을 돕고 있다. 무슬림 공동체 역시 유럽에 도착한 이민자들의 초기 정착을 지원한다. 베커 교수는 "종교를 이해하면 지나치게 다문화주의적이거나 반대로 동화주의적인 접근을 피하고 보다 현실적인 통합 정책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물론 종교만으로 국가의 이민 정책을 설명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스페인은 다른 유럽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이민자에게 우호적이다. 가톨릭교회와 가톨릭 자선단체들도 적극적으로 지원 활동을 벌인다. 여기에는 종교적 이유도 있지만 노동력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부분도 있다.
 
베커 교수는 오늘날 교회가 정치와 경제에서 권력층에 미치는 윤리적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가톨릭교회가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비판해 왔음에도 현실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교회 출석률이 높은 나라지만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자본주의적인 사회이기도 하다"며 "그 사이에는 분명한 긴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과거 가톨릭이 사회교리에서 강조했던 연대성과 보조성의 원리가 오늘날 유럽연합의 세속적 헌정 원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보조성의 원리는 종교적 개념이 세속화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원래 가톨릭 사회교리에서는 상위 권력이 가족과 지역사회, 시민단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것이 현재 유럽연합에서는 가능한 한 의사결정을 지역 차원에서 수행해야 한다는 법적 원칙으로 발전했다.
 
베커 교수는 "종교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유럽 사회의 제도와 가치 속에 스며들어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안유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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