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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이야기] 잡초는 잡초다

Los Angeles

2026.06.2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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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언론인

김용현 언론인

6월 한 달 내내 잡초와의 전쟁을 벌였다. 전쟁이라는 단어가 싫어 되도록 사용을 안 하는 내가 잡초 제거에는 그만 전쟁이란 말을 쓰고 말았다. 그 전쟁에서 누가 이겼는지는 분명치가 않다. 마치 이란 전쟁을 끝마치고 나서도 누가 승자인지 뚜렷하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다. 6월은 온통 푸른 나무와 숲과 잔디의 세상이어서 날마다 사열하듯 그 속을 뚫고 다니는 호강을 누리고 있으면서 굳이 그 푸른 것들의 일부인 잡초를 제거하는데 몰두하다니….
 
잡초는 논이나 밭에서 사람이 심은 작물 외에 자라는 식물을 말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산과 들, 도로와 공원 등에서 번식하는 잡다한 풀들을 두루 통칭한다. 그런데 잡초를 좋은 의미로 말하는 이들도 많다. 밟히거나 뿌리를 뽑히는 지경에 이르러서도 다시 일어나는 잡초의 그 끈질긴 생명력을 평가하면서 어떠한 고난과 실패가 닥쳐와도 넘어지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강인한 사람을 가리켜 ‘잡초 같은 인생’이라는 표현을 쓴다.
 
대체로 시민운동가나 낭만 시인들이 즐겨 써왔던 잡초의 긍정적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텃밭이나마 농사를 짓는 농부의 입장에서 보면 잡초가 사람에게 얼마나 성가시며 농사에는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 것인가를 알게 된다. 모종이 자라는 밭고랑은 물론 밭 주변에 바위 부순 돌로 만들어 놓은 보도 구석구석까지 얼마나 많은 잡초가 고개를 내미는지…. 어느 생태학 교수는 ‘세상에 잡초는 없다’고 말했지만 나는 오늘도 숱한 잡초와 싸우고 왔다.
 
아침마다 대적하는 잡초들은 민들레와 바랭이, 쇠비름, 강아지풀이 주종을 이루는데 지렛대 호미를 사용해 ‘어디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를 겨루고 있는 중이다. 늦게 김매기를 시작한 탓도 있지만 특히 바랭이의 그 단단한 생존본능은 대단해서 어쩌다 뿌리가 잘리면 며칠도 되지 않아 다시 고개를 쳐들어 역시 ‘잡초 같다’ 는 찬사를 보낸다. 늦은 봄까지 밭에 가득했던 쑥으로는 아내가 추억의 쑥 개떡을 만들어 먹으면서 쑥과의 훈훈한 송별잔치를 치렀다.
 
조경석필(朝耕夕筆), 요즘의 내 하루를 주경야독에 빗대어 만든 말이다. 아침 일찍 아내와 둘이서 밭에 올라가 두어 시간 동안 김매고, 물주고, 주변의 잡초들 뽑아내고, 오후에는 집에 내려와 가끔 벼루에 먹물 갈아 글씨 쓰기를 하고…. 몸이 아직은 마음과 같이 움직여주고 있어 고맙지만, 내일 일은 나도 모른다. 그저 뉴저지 산속의 오늘 하루가 행복할 뿐이다.
 
잡초를 뽑으면서 바깥세상을 내다본다. 텃밭의 영양분을 빼앗아 먹으며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잡초처럼 세상 어디선가 단물만 빨아먹으며 이웃에 불이익을 주는 사람들이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눈에 보이는 범법자나 범죄자야 그렇다 치고 잡초보다 더 질긴 생명력을 과시하면서 분열과 증오의 구호로 나라의 근간을 흔들며 공동체를 불안하게 만드는 무리도 곳곳에 있는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6월 초 한국의 지방선거에서 벌어진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도 이해가 가지 않거니와 내란 혐의자들에 대한 재판 도중에 실시된 중간 선거인데도 집권당의 실패로 끝났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은 희한한 일이다. 집권당 내 많은 정치인이 대통령에게만 매달려 자립 능력을 완전히 상실해 버리는 바람에 스스로를 잡초와 같은 천덕꾸러기, 3류 정치인으로 전락시킨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렇더라도 정상의 리더십은 항상 그 입이 천금만큼 무게가 있어야 한다. 취임 후 포용과 실용주의로  큰 지지를 받아온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전후 거칠고 절제되지 않은 언어를 남발함으로써 스스로 지지율 하락과 당내 분란에 불을 댕기고 말았다.   미국도 집권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란 전쟁은 끝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불성실한 언행이 민심과의 거리를 멀게 해 넉 달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 결과를 우려하고 있다. 모두가 자업자득이다.
 
잡초는 잡초다. 강인한 생명력만 보고 잡초를 예찬할 이유는 없다. 잡초인생은 변방인으로 남기 쉽다. 대한민국이 이제는 변방국이 아니라 세계역사를 만들어 가는 선도대열에 진입해 있듯이 이민자들의 고달픈 '잡초 역사'도 이민 1세대인 우리로 끝내야 한다.

김용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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