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대포 계좌 78개를 모집해 보이스피싱과 도박사이트 등 범죄 조직에 공급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30일 대포 계좌를 모집해 범죄 조직에 공급한 20대 남성 A씨 등 38명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거하고, 이 중 1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해외 체류 중인 계좌 공급책 1명은 인터폴 적색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계좌 공급책·관리책·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저질렀다. 우선 모집책은 주변 지인이나 메신저 광고를 통해 명의자를 모집한 뒤 관리책에게 전달했다. 관리책은 모집책들로부터 계좌를 전달받고 수당 등을 지급하는 역할을 했으며 계좌 공급책은 보이스피싱, 도박사이트 등 범죄 조직과 연결돼 계좌를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대구경찰청이 대포통장 조직으로 부터 압수한 금고와 현금. 사진 대구경찰청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이른바 ‘대면실장’ 역할을 하며 계좌 명의자와 함께 빌라에서 합숙하는 등 명의자를 감시했고, 일부는 대포 계좌에 입금된 도박 자금 1100만원을 가로채는 이른바 ‘장누르기’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이들에게 범죄수익은닉규제법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계좌 명의자들은 지급한 계좌 1개당 200만원에서 500만원을 대가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을 경우를 대비한 시나리오도 있었다. 명의자들은 경찰에 잡힐 경우 “텔레그램에서 대출해준다는 광고를 보고 연락을 했다. 그런데 신용점수를 올리려면 계좌 입출금 내역이 필요하다고 해서 계좌가 깔린 휴대전화를 퀵서비스로 보냈다. 텔레그램으로만 대화해서 누군지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대구경찰청이 대포통장 조직으로 부터 압수한 금고와 현금. 사진 대구경찰청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계좌 명의자들은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초 계좌 명의자로 범행에 가담한 사람들이 이후 모집책 역할을 맡아 범행을 이어가는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이들은 대포계좌를 피싱 조직과 도박사이트 조직에 계좌를 공급했는데, 현재까지 18개 계좌가 피싱과 도박 범죄에 이용됐으며 37억7000만 원 상당이 자금 세탁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60개 계좌들 역시 범죄 수익금을 세탁하기 위한 N차 계좌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현금 1억2000만원과 계좌인증용 휴대전화 44대 등을 압수했다. 앞으로 유통 자금 추적과 함께 대포계좌를 이용한 범죄 조직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대포통장은 보이스피싱, 불법 도박, 대부업 등 수많은 민생침해범죄에 필수 수단으로 악용된다”며“특히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본인 명의 통장이나 체크카드, OTP, 인증서 등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