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브라질이네.”
30일 오전 3시 50분쯤, 브라질 가브리엘 마르티넬리 선수의 역전골이 들어간 순간 일본의 한 서포터는 고개를 아래로 내려뜨리며 중얼거렸다. 이윽고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파란색 ‘사무라이 재팬’ 유니폼을 입고 술집을 찾아왔던 다른 서포터들도 조용히 자리에서 뜨기 시작했다.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 토너먼트 32강전에서 브라질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30일 오전 2시 킥오프된 경기는 새벽 시간대에 치러진 탓에 도쿄 내 대규모 거리 응원은 보기 어려웠다. 일본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젊은이들은 도쿄 시내 술집과 스포츠바에 삼삼오오 모여 새벽 중계 화면을 지켜봤다. 도쿄 시부야의 몇몇 술집에서는 자리를 잡으려는 젊은 서포터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1-0으로 앞서 있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축제였다. 전반 29분, 사노 가이슈(佐野海舟) 선수가 상대 공을 가로채 질주하며 골을 넣은 순간 서포터들은 “닛폰, 닛폰”을 외치며 환호했다. 조직력을 바탕으로 브라질을 압박하는 모습에 16강 진출 가능성 기대감도 높여갔다.
30일 오전 북중미월드컵 일본과 브라질의 32강전을 관람하고 있는 일본 서포터들. 도쿄=유성운 기자
하지만 후반 동점골을 허용한 순간 열기는 빠르게 식었다. 후반 연장 5분, 결승골을 내준 순간에는 누구도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환호로 가득했던 술집 안에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고, 일부 응원객은 머리를 감싸 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간 월드컵 응원의 인기 명소로 떠올랐던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도 별다른 퍼포먼스 없이 발길만 흩어졌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던 일본이지만, 결과는 32강 탈락이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던 직전 대회 성적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다만, 일본 내에선 대표팀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보다는 “조 편성이 운이 없었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일본은 조별 리그에서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FIFA 랭킹 8위 네덜란드와 2-2로 비기고 튀니지를 4:0으로 대파하는 등 8골을 넣는 화력을 선보이며 축구팬을 사로잡았다.
30일 오전 북중미월드컵 일본과 브라질의 32강전을 관람하고 있는 일본 서포터들. 도쿄=유성운 기자
패배 없이 1승 2무로 조 2위를 차지해 결승토너먼트에 진출했지만, 32강 첫 상대로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을 만나는 불운을 겪었다. 이날 선취골을 넣은 사노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여기서 끝날 팀이 아니었기에 정말 분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를 응원하러 왔던 이토 슌스케(회사원)도 “일본은 잘 싸웠다. 다만, 브라질이 너무 강했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북중미월드컵 일본과 브라질의 32강전을 관람하고 있는 일본 서포터. 도쿄=유성운 기자
관심은 모리야스 하지메(森保一) 감독의 거취로 옮겨가고 있다. 2018년 부임한 모리야스 감독은 직전 카타르 월드컵에서 독일·스페인을 차례로 꺾으며 일본을 16강으로 이끈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강호들을 상대로 선전을 펼쳐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다만 모리야스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내 거취에 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