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를 소지했다는 사실만으로 범죄를 저지를 사람(우범자)으로 보고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소지한 흉기를 범죄에 사용하려 했는지까지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은 폭처법상 우범자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4년 7월 노상에서 B씨와 시비가 붙었다. B씨는 A씨가 비아냥거렸다며 근처에 있던 돌로 A씨의 머리를 1회 가격해, 13일간 치료를 요하는 두피 상해를 가했다. 상해를 입은 후 A씨는 정육점에 있는 전체 길이 43cm짜리 식칼을 들고 인근을 돌아다녔다. A씨는 이 사건과 별개의 사건으로 폭행·재물손괴·주거침입 혐의도 받았다.
1심과 2심은 A씨의 폭처법상 우범자 혐의를 포함해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다수 있고, 준특수강도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 후 출소한 직후부터 누범기간 중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흉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폭처법에 규정된 범죄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폭처법상 범죄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흉기를 휴대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공소사실에는 A씨가 폭처법 중 어떤 범죄에 사용할 의도로 식칼을 휴대했는지에 대해 아무런 기재가 없다. A씨도 식칼 소지 사실은 인정했으나, 어떤 범죄에 사용할 의도로 식칼을 소지했는지에 관해선 별다른 진술을 하지 않았다”며 “(식칼 소지 사실만으로) 우범자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