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투수 이승현(등번호 26번)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머쓱한 미소부터 지었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아직 5점대. 하지만 최근 삼성 계투진의 가장 든든한 카드 가운데 한 명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이승현은 올 시즌 32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5.04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이달 들어서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11경기에서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하며 삼성의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14일 대구 SSG전(1이닝 3실점)을 제외하면 모두 무실점 투구였다.
지난 27일 대구 KT 위즈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2-3으로 뒤진 8회 마운드에 올라 한승택, 권동진, 최원준을 깔끔하게 막아냈고, 삼성은 이어진 공격에서 최형우의 역전 적시타를 앞세워 4-3 승리를 거뒀다.
[OSEN=잠실, 지형준 기자]
박진만 감독도 최근 이승현의 투구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시즌 초반에는 구위가 워낙 좋아 필승조 역할을 잘해줬다. 지난해보다 구속도 3~4km 빨라졌다"며 "잠시 페이스가 떨어졌지만 퓨처스에서 재정비한 뒤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직구만으로도 상대 타선을 압도할 수 있는 투수"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승현과 김태훈이 불펜에서 정말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두 선수가 중심을 잡아주면서 마운드 운영이 훨씬 안정됐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승현은 반등의 비결로 '재충전'을 꼽았다. 그는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특별히 바꾼 건 없었다. 4~5일 정도 공을 아예 만지지 않고 유산소 운동만 하면서 푹 쉰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후배 최원태도 든든한 조력자다. 이승현은 "(최)원태와는 경기마다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제가 '선생님'이라고 부른다"며 웃었다. 또 "원태는 야구 공부를 정말 많이 한다. 서로 훈련 영상을 찍어 공유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이야기해준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호투는 우연이 아니다. 겨우내 누구보다 먼저 시즌을 준비했다. 이승현은 김재윤과 함께 괌으로 먼저 건너가 개인 훈련을 소화하며 시즌을 준비했다.
그는 "원래도 열심히 했지만 올해는 더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했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내년에는 최지광, 임기영도 함께 먼저 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 계투진은 올 시즌 리그 최고 수준의 안정감을 자랑한다. 지난해 팀 불펜 평균자책점은 4.48이었지만 올 시즌에는 3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며 리그 정상급 불펜으로 거듭났다.
[OSEN=대구, 이석우 기자]
이승현은 그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이)승민이와 (최)지광이가 중간 역할을 정말 잘해주고 있다. 승민이는 후배들을 잘 챙기고, 지광이는 선배들을 잘 모신다. 무엇보다 불펜 투수들 모두 앞선 투수가 남긴 주자를 어떻게든 막겠다는 마음이 강하다. 그게 지금 우리 불펜의 가장 큰 힘이다".
전반기를 돌아본 그는 "솔직히 이 정도면 대만족이다. 믿고 맡겨주시는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감사드린다"며 "지광이가 제가 남겨둔 주자를 막고는 생색을 많이 낸다. 그래서 요즘은 제가 거의 매일 커피를 사고 있다"고 웃었다.
인터뷰 내내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던 이승현은 딸 아윤이 이야기가 나오자 가장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경기 들어가기 전에 영상통화를 하면 꼭 네 가지를 이야기한다. '아빠, 홈런 맞지 마. 안타 맞지 마. 볼넷 주지 마. 점수 주지 마.' 원래 볼넷 이야기는 안 했는데 아내가 교육을 시킨 것 같다"고 웃은 그는 "야구장에 오셔서 아윤이를 예뻐해 주시는 팬들께도 정말 감사드린다"고 진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