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처럼 들립니다." 순간 회의실 공기가 얼어붙었다. 울산시장직 인수위원회 회의. 도시철도 업무보고를 듣던 김상욱 울산시장 당선인이 말을 끊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는 상당히 모욕적으로 들립니다." 이 짧은 영상에는 최근 열린 인수위 회의장의 긴장감이 그대로 담겼다. 별다른 연출도, 화려한 자막도 없었다. 실제 회의 장면을 잘라낸 숏폼이었다. 이 영상은 화제를 모으며 댓글과 공유를 통해 뉴스로까지 확산됐다. 비공개 회의실에서 끝났을 장면이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소비하는 콘텐트가 됐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페이스북. 사진 페이스북 캡쳐
민선 9기 출범을 앞두고 새롭게 취임하는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법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자치단체장의 SNS는 행사 참석이나 기념촬영, 현장 방문 사진을 올리는 '동정 홍보'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라이브 방송과 숏폼, 브이로그 등 시민 참여형 콘텐트를 앞세워 정책과 행정 과정을 직접 공개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김상욱 당선인이 대표적이다. 1980년생인 그는 지난 16일 인수위원회 출범과 동시에 모든 회의를 유튜브로 생중계하고 있다. 주요 장면은 다시 30~60초 분량의 숏폼으로 SNS에 올린다. 인수위 회의를 사실상 전면 공개한 것이다. 유튜브 '김상욱TV' 구독자는 18만5000여명이다. 인스타그램은 5만여명, 페이스북은 4만여명을 확보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현장 중심 콘텐트를 주로 다룬다. 유튜브 '추미애TV'(구독자 32만2000여명)를 비롯해 릴스와 쇼츠 등을 활용해 시장과 골목, 행사장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모습 등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민형배 광주·전남 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은 정책 라이브에 집중한다. 유튜브 '민형배TV'(구독자 7만8800여명)는 토론회와 정책설명회, 간담회 생중계가 주력 콘텐트다. 정책 자체를 이해시키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당선인은 시민 질문을 메인 콘텐트(유튜브 구독자 2만3800여명)로 활용한다. 전통시장과 농촌 등 현장을 찾아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제기된 질문에 답하는 영상을 꾸준히 올린다.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당선인의 유튜브. 사진 유튜브 캡쳐
반응도 실시간 이어진다. "공개 행정 잘한다" "홍보 과잉 아닌가" "앞으로 기대된다" 등 다양한 댓글이 빠르게 달린다.
새 단체장들의 SNS 구독자 규모도 적지 않다. 본지가 민선 9기 취임을 하루 앞둔 30일 새로 취임하는 광역단체장 13명(신규 12명·복귀 1명)의 SNS를 조사한 결과, 유튜브 구독자는 추미애 당선인이 32만2000여명으로 가장 많았다. 김상욱 울산시장 당선인(18만4000여명),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인(17만9000여명), 우상호 강원특별자치도지사 당선인(14만6000여명),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8만1900여명) 등이 뒤를 이었다. 페이스북은 추미애 당선인이(13만여명), 인스타그램은 박찬대(10만8000여명) 당선인이 가장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SNS 활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라이브 방송과 영상 공개가 공무원들을 온라인 비판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김상욱 당선인의 인수위 회의 영상이 확산된 뒤 울산시 관련 공무원을 향한 비난이 댓글 등에 이어지기도 했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민선 9기 단체장들의 SNS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 시민이 정책 결정 과정을 함께 지켜보고 의견을 낼 수 있는 '디지털 참여민주주의'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며 "시정이든 도정이든 국정이든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피드백을 정책에 반영하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해야 할 행정과 비공개가 필요한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공무원들의 개인정보와 업무 환경을 보호할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