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홍명보 감독과 함께 출전했던 전 축구 국가대표 이천수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최악의 성적을 낸 홍 감독을 향해 “한국 축구를 망친 사람”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천수는 지난 28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리춘수[이천수]’에 공개된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해당 영상은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사퇴하기 전 촬영됐다.
이천수는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몇 사람 때문에 4년을 기다린 월드컵에서 실패가 나온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나는 명보 형이 진짜 싫은 게 (감독으로) 두 번의 월드컵 기회를 받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홍 감독은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12번의 대회 중 절반이 넘는 7번을 함께 했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02년 한일 대회까지 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볐고, 2006년 독일 대회는 코치로 참가했다. 이후 2014년 브라질 대회와 이번 북중미 대회에선 사령탑으로 대표팀을 이끌었다.
이천수는 “홍 감독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전 패배 후 사퇴를 해야 했다”며 “최악의 경기력이 나왔다는 것은 감독의 모든 문제가 다 드러났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당시에는 32강 진출 가능성을 지켜보는 중이라 말을 아꼈는데, 32강에 진출해 다음 경기를 치르게 돼도 별 변화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남아공전 끝나고 홍 감독이 ‘이건 내 책임’이라고 했다. 책임져야 할 사람은 자기 욕심을 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리에 연연하니까 돈 얘기가 나오는 거 아니냐”며 “더 좋아질 것도 책임질 것도 없다. 홍 감독은 한국 축구를 망친 사람이 됐다”고 했다.
이천수는 홍 감독 체제로 치른 브라질 대회를 언급하며 “그때 ‘알제리가 1승의 제물’이라고 얘기했다가 패배했다”며 “그때는 시스템이 부족하던 때라 이해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지 않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남아공이 옛날처럼 실력이 부족한 아프리카팀이 아니다. 개인 기량은 부족해도 단합력이 좋다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감독이 어떻게 준비를 했기에 최악의 경기력이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남아공전 때 선수들 컨디션이 너무 떨어졌다. 잔디 밑에 박혀있는 수준이었다”며 “이렇게 투지 없는 대표팀은 본 적이 없다. 스케줄은 미리 다 나와 있는데 대체 어떻게 관리를 한 것이냐”고 말했다.
남아공전 패배로 32강 자력 진출에 실패한 대표팀은 다른 조의 경기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그리고 조 3위 팀 간 경쟁에서 32강 진출 마지노선인 8위 밖으로 밀려나며 32강 탈락이 확정됐다. 이천수는 “경우의 수가 이렇게까지 안 맞는 건 변화가 필요하다는 하늘의 계시”라며 “다 그만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다음 날인 29일 멕시코 현지에서 감독직 사퇴를 발표했다. 12년 전 악몽을 되풀이하며 초라하게 퇴장한 홍 감독은 30일 팬들의 고성과 항의 속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