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 지난달 20일 체코 프라하 체르닌 궁에서 열린 양국 외교장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 사진 AFP=연합뉴스, 미 환경보호청(EPA)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규모 7.5 ‘쌍둥이 지진’으로 사망자가 1700명 이상 발생한 가운데, 베네수엘라와 단교한 이스라엘도 구호 인력을 파견했다.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스라엘 구조 임무팀이 베네수엘라 재난 현장에 도착해 현재 수색·구조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 구호 대표단도 진행 중인 구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현장으로 이동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매체 i24에 따르면 이번 지원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이 직접 지시한 것이다. i24는 “베네수엘라가 2009년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한 이후 공식 외교 관계를 유지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매우 이례적인 협력 사례”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2009년 1월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단교하고 주베네수엘라 이스라엘 대사를 추방했다. 2008년부터 이어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군사작전을 “학살”이라고 비난하면서다. 당시 팔레스타인에선 민간인을 포함한 사망자가 약 1300명 이상 발생했다.
2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 카라바예다에서 촬영한 항공 사진. 24일 발생한 연쇄 강진(쌍둥이 지진) 이후 해안도로 인근의 다층 건물이 붕괴하고 주변에 잔해가 널려 있는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예루살렘포스트,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구조대원 16명을 비롯해 외무부, 이스라엘 방위군(IDF) 그리고 국내전선사령부 관계자들로 구성된 대표단이 베네수엘라로 향한다. 이스라엘의 민간 재난관리 전문회사 및 비영리 재난구호단체(NGO) 소속 전문가들도 대표단에 포함됐다. 추후 이스라엘 국가재난관리청(NEMA) 관계자들과 구조물 안전 전문가들도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단은 베네수엘라에서 유년기를 보낸 요아드 마겐 전 주파라과이 이스라엘 대사가 이끈다.
i24는 “현재 양국은 공식 외교 채널이 없어서 이스라엘 구호 대표단이 현지에서 베네수엘라 전문가들과 직접 협력하며 현장에서 보고되는 긴급한 필요 사항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 카티아 라 마르에서 프랑스 제7 민간안보 훈련·개입연대 소속 대원들이 브라질 구조대원들과 피해 건물 옆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단교한 국가마저 나설 만큼 상황이 심각한 베네수엘라에는 현재 이재민들을 돕기 위한 세계 각국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UN)은 25개 긴급 구호팀, 약 1000명의 인력을 투입해 구조·구호 활동을 지원 중이다. 미국도 이미 1억5000만 달러(약 2100억원) 규모의 구호자금을 비롯해 구조대와 군을 투입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번 주 수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 패키지를 실행할 방침이다.
유럽연합(EU)도 베네수엘라 피해 지역에 긴급 지원금 500만 유로(약 87억6000만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 등은 이미 개별적으로 구조·공병 전문가와 의료진, 구호물자를 지원했다. 멕시코·콜롬비아·에콰도르 등 인근 중남미 국가들도 구조대와 탐지견, 구호물자를 긴급 지원했다.
세계 27개국에서 파견된 2000여 명의 구조대원들은 국가를 불문하고 협조하며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AP통신에 따르면 원활한 수색 및 구조 작업을 하기엔 아직도 인력과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은 삽이나 곡괭이 심지어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며 실종자들을 찾고 있다.
이날 기준 베네수엘라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1719명, 부상자는 5034명, 이재민은 1만5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의 친오빠이기도 한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이날 국영TV 연설에서 이 같이 밝히며 “추가 피해 보고는 없다”고 덧붙였다.
2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북쪽 해안 지역인 라과이라주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규모 7.2와 7.5의 연쇄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곳에서 국내외 구조대가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곳에는 국제 구조팀을 위한 물류 거점도 마련됐다. EPA=연합뉴스
그러나 시민들이 주도하는 실종자 등록 플랫폼에 따르면 실종자는 이날 기준 약 5만 명이다.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추방된 146명의 베네수엘라인이 북부 라과이라주의 한 호텔에 수용되어 있던 중, 지진으로 호텔이 붕괴하며 이 중 100여명이 행방불명되기도 했다.
유엔은 사망자 수 급증을 대비해 시신 가방 1만개 확보에 나섰다. 지안루카 람폴라 델 틴다로 베네수엘라 유엔 상주 조정관은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실제 희생자 수는 그보다 적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