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수민족에게 표준 중국어 교육을 의무화하고, 해외에서 중국 분열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민족단결법이 7월 1일 시행에 들어간다. 중국 관광객들(앞쪽)이 2025년 10월 12일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 단둥시의 조선족 민속촌에서 떡 만들기를 체험하고 있다. 신화통신
소수민족에게 중국어 사용을 강제하고 국경 밖 조직·개인의 민족 분열 행위까지 처벌하는 중국 ‘민족단결진보촉진법(이하 민족단결법)’이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존 무레나르 미 하원 중국위원회 위원장은 “중국은 이 법을 통해 소수민족으로 분류한 사람들에 대한 학대를 정당화할 것”이라며 “미국이 독립 25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주에 중국공산당은 퇴보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독일 외교부도 같은 날 “민족단결법은 언어 교육 및 종교의 자유와 같은 소수민족의 권리를 더욱 침해할 중대한 위험을 내포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도이체벨레(DW) 중문판이 보도했다. 대변인은 해외 적용 조항과 관련해 “해석의 여지가 넓어 초국가적 탄압의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럽의회는 지난 4월 30일 중국의 민족단결법이 “소수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제도화된 억압과 동화를 강요한다”며 “본 법의 도입 및 시행은 유럽연합(EU)과 중국 관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내용의 규탄 결의안을 찬성 439표, 반대 52표, 기권 71표로 채택했다.
중국 소수민족에게 표준 중국어 교육을 의무화하고, 해외에서 중국 분열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민족단결법이 7월 1일 시행에 들어간다. 지난 4월 28일 유럽의회가 중국 민족단결법이 시행될 경우 유럽연합(EU)과 중국 관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사진 위) 미국 하원의 중국특별위원회도 29일 우려 성명을 발표했다.(사진 아래) 유럽의회·미국하원 홈페이지 캡처
중국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조선족과 티베트족, 위구르족을 포함한 55개 소수민족 사이에 ‘공유된’ 민족 정체성을 만든다는 내용의 민족단결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표준 중국어인 푸퉁화(普通話)를 학교의 기본 교육언어로 정하고, 공공장소에서 푸퉁화를 소수민족 언어보다 우선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등 민족 동화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전까지는 지역에 따라 소수민족 학교에서 주요 교과목 수업을 민족 고유 언어로 진행할 수 있었는데, 이 법이 시행되면 모든 학교에서 푸퉁화로 수업을 하게 된다. 소수민족 언어는 외국어처럼 ‘제2 언어’로만 가르칠 수 있다.
특히 민족단결법 63조는 “중국 국경 바깥의 조직이나 개인이 민족의 단결과 발전을 파괴하거나 민족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를 할 경우 법적 책임을 추궁한다”고 규정했다. 이 때문에 중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거나 중국의 통일 정책에 반대하는 대만인을 탄압할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인권 단체들은 중국이 인터폴의 ‘적색 수배’를 이용해 해외 거주자를 중국의 정치적 범죄 혐의로 체포하도록 외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려 했다고도 비난했다.
지난 24일 중국 국무원신문판공실(SCIO)이 베이징에서 '중화인민공화국 민족단결 및 발전 촉진법'과 중국의 민족 문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신화통신
중국은 국제 사회의 우려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지난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웨이례(胡衛列) 사법부 부부장(차관)은 “세계 각국은 국내 입법을 통해 분열과 파괴 활동을 방지하고, 사회 단결과 정상적 질서를 유지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이는 국제사회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후 부부장은 또 “법치적 수단으로 해외에서 이뤄지는 각종 민족 관련 불법행위를 방지할 것”이라며 “중국과 외국 사이의 정상적인 인문 교류, 학술 토론, 경제 및 무역 협력 또는 기타 활동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위법행위와 정상활동 사이의 경계를 중국 당국의 재량으로 결정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소수민족의 언어 소멸 논란에 대해 레이젠빈(雷建斌) 전인대 법제공작위원회 부주임은 “민족단결법 심의 문건을 몽골어, 티베트어, 위구르어, 카자흐어, 조선어, 이족어, 좡족어 등 7개 소수민족 언어로 번역했다”며 “국가 공통언어 보급과 소수민족 언어 보호는 상충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법 시행을 앞두고 대만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 2017년 중국에 억류돼 5년간 복역한 대만 인권운동가 리밍저(李明哲)는 이 법이 중국의 전체주의적 통치를 더욱 강화하고, 대만의 민주주의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을 우려했다. 그는 29일 페이스북에 “이 법률은 중국의 강권 통치가 더욱 심화하는 것을 상징한다”며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을 넘어 생각마저 통제하려는 시도로 이러한 강권 통치 체제는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리 씨는 나아가 중국이 대만을 ‘중화인민공화국’의 일부로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딜레마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주의 정치가 대만에서 사회적 공정·복지·교육 그리고 빈부 격차 해소 등에 있어 중국보다 나은 결과를 거둔다면, 중국 정부는 왜 중국인은 민주주의를 누릴 수 없느냐는 궁극적인 질문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것이 중국 정부가 경제발전에서 민족 정체성으로 정권의 정당성 기반을 옮기려는 이유”라면서 “중국 정부는 대만의 민주주의를 약화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