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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 가야지” 배재고 충격 조롱…스포츠까지 ‘혐오’ 번졌다, 왜

중앙일보

2026.06.30 00:41 2026.06.30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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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대회에서 서울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이 상대팀인 광주제일고를 향해 지역 비하를 연상시키는 구호를 외쳐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X 캡처

고교야구 대회에서 서울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이 상대팀인 광주제일고를 향해 지역 비하를 연상시키는 구호를 외쳐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X 캡처


고교야구 대회에서 서울 배재고 선수들이 상대 팀인 광주제일고를 향해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응원 구호를 외친 사건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배재고가 곧장 사과문을 올렸지만, 이후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10대 또래 집단이 혐오 표현을 일종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트)’처럼 소비하는 문화가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작용했단 분석도 나온다.

지난 29일 배재고 일부 선수들은 서울 양천구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광주일고와 경기 도중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반복해 외쳤다. 배재고가 6대2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달 5·18 민주화운동 비하 논란을 불러일으킨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를 연상시키는 조롱성 응원 구호를 상대 선수들을 향해 내뱉은 것이다. 이에 광주일고 측이 심판에 항의했고 심판이 배재고에 주의를 주면서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30일 관련 영상 등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이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최초 게시된 배재고 사과문. 사진 배재고 홈페이지 캡처

최초 게시된 배재고 사과문. 사진 배재고 홈페이지 캡처


경기 후 배재고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경기 도중 우리 학교 일부 학생 선수의 부적절한 응원 구호로 많은 분께 깊은 상처와 실망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당 학생 선수를 즉시 제지하고 현장에서 필요한 조처를 했으며, 경기 후 광주일고 야구부 측에도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기 영상에는 한두 명이 아닌 여러 선수가 일사불란하게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담겼고, 광주일고 코치가 항의하기 전까지 이를 제지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아 사과문의 사실관계와 진정성을 둘러싼 비판이 제기됐다. 게다가 사과문 이미지 하단에 구글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를 이용해 이미지를 만들 때 표시되는 워터마크가 발견되면서 온라인상 비판이 거세졌다. 현재 이 워터마크는 삭제된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장 조사에 착수하는 동시에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역사적 아픔을 희화화하거나 특정 지역을 조롱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표현은 교육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학생 스포츠 현장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했으며 담당 부서가 배재고에 방문해 사안 발생 경위와 현장 제지 여부, 학생 지도 과정, 학교의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 교육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규연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 교장이 전국 고교야구대회 도중 발생한 상대팀 배재고등학교의 응원 구호 논란과 관련한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30일 서울 송파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방문했다. 연합뉴스

이규연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 교장이 전국 고교야구대회 도중 발생한 상대팀 배재고등학교의 응원 구호 논란과 관련한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30일 서울 송파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방문했다. 연합뉴스




“재밌어서”…혐오 표현 ‘밈’ 소비

이런 응원 구호가 등장한 배경엔 일부 10대들 사이에 퍼진, 혐오 표현을 ‘밈’으로 받아들이고 장난처럼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5·18 민주화운동 비하,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중국인 혐오, 여성 혐오 등을 소재로 한 콘텐트가 ‘재미있다’는 이유로 또래 집단 사이에서 숏폼이나 단체 DM(다이렉트 메시지)을 통해 대량 확산하고 일상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올해 초 ‘학교와 교실 안 극우화된 혐오 표현, 교사 대응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교와 교실에서 극우화된 혐오 표현을 하는 학생을 목격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교사의 80.2%가 ‘자주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히 ‘10대의 극우화’로 규정하거나 학생 개인의 일탈로만 볼 것이 아니라, 혐오가 응원 문화에까지 스며들게 된 사회적 배경을 돌아보고 역사적 사건을 우리 사회가 얼마나 건강하게 계승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회옥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18을 학교에서 가르치고는 있지만 하나의 역사적 사실을 암기하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디지털 시민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혐오·조롱이 그라운드에까지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선수 이전에 학생이라는 점에서 전국 대회 출전 전 스포츠 인권 교육과 스포츠맨십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청소년 스포츠 지도자의 책임 역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아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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