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천재 음악가들이 국내 창작 뮤지컬을 통해 되살아났다. 뮤지컬 ‘베토벤’과 ‘파가니니’는 화려한 명성 뒤 예술가의 인간적인 고뇌와 음악에 대한 열정을 조명하며 관객을 만나고 있다.
창작 뮤지컬 ‘베토벤’은 청력을 잃어가면서도 음악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던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삶을 그렸다. 지난 2023년 초연 이후 약 3년 만에 재연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베토벤’에서 베토벤 역을 맡아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고 있는 배우 홍광호.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제작진이 이번 공연을 ‘베토벤 2.0’이라고 소개할 만큼 초연 대비 제법 큰 변화가 있다. 우선 초연 때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렸던 베토벤과 ‘안토니 브렌타노’와의 관계 설정이 달라졌다. 남편이 있는 브렌타노와 베토벤 사이의 멜로 비중은 크게 줄였다. 대신 브렌타노를 베토벤의 음악적 조력자로 다시 그렸다.
음악도 절반 가까이 바뀌었다. ‘월광', ’비창‘과 같은 원곡 선율을 활용하는 기본 틀은 유지하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신곡을 대거 추가하며 변화를 줬다.
초연에서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물이다. 이 작품의 길 메머트 연출은 “유럽과 달리 한국에서는 베토벤과 브렌타노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공감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또 음악과 관련해 “지난 공연에서는 베토벤의 오리지널 음악만을 이용해 르베이 버전의 편곡으로 공연이 구성됐는데 한국 관객들은 르베이의 터치, 감각을 더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길 메머트는 “베토벤의 멜로디가 얼마나 현대 공연에 잘 활용될 수 있는지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실제 극의 마지막 장면인 ‘환희의 송가’ 합창 장면은 익숙한 명곡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객석의 환호를 가슴으로 느끼는 베토벤의 ‘환희’를 표현하며 진한 여운을 남긴다.
초연에 이어 ’베토벤‘ 역을 맡은 박효신은 안정적인 미성과 더불어 특유의 고음으로 베토벤의 쓸쓸함과 분노, 음악적 열정을 호소력있게 전달했다. 홍광호는 재연에 새롭게 합류해 또 다른 ’베토벤‘의 모습을 그려낸다.
뮤지컬 ‘베토벤’. 2023년 초연에 이어 3년만에 다시 무대에 섰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초연과 달라진 ’브렌타노‘ 역은 윤공주와 김지현, 김지우가 연기한다. 지난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한 이 공연은 8월 11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지난 20일부터는 또 다른 거장의 삶이 무대에 서고 있다. HJ컬쳐의 창작 뮤지컬 ’파가니니‘는 지난 2019년 초연 이후 3연째 공연을 진행 중이다. 이 작품은 천재 음악가이자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도 불리는 니콜로 파가니니의 행적을 다룬다.
1840년 숨을 거둔 파가니니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란 오명을 받으며 교회 묘지에 묻히지 못한다. 작품은 아들 ‘아킬레’가 종교 법원과 벌이는 법정 공방 속 파가니니의 생애와 음악을 조명한다. 걸출한 연주 실력을 빌미로 예술가를 ‘악마’로 몰아세우는 당시의 맹목적인 종교적 믿음 속 음악가의 고뇌와 열정이 그려진다.
뮤지컬 ‘파가니니’에서 파가니니를 연기하며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 배우 콘(KoN). 사진 HJ컬쳐
작품속 ‘파가니니’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실제 바이올린 연주가 특히 눈길을 끈다. 파가니니의 대표곡 중 하나로 꼽히는 ‘라 캄파넬라’ 7분 독주는 이 작품의 백미다. 초연부터 ‘파가니니’를 연기했던 콘(KoN)과 2024년 재연부터 참여한 홍석기는 실제 바이올린 전공자다. 역시 재연과 이번 공연에서 ‘파가니니’를 연기중인 홍주찬은 그룹 골든차일드 멤버로 역시 수준급의 바이올린 연주 실력 소유자다.
지난 20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파가니니’는 오는 8월 30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