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수퍼사이클 지속에 베팅”…반도체 대형 투자, 불황기엔 폭탄 가능성

중앙일보

2026.06.30 02:07 2026.06.30 13:23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 앞서 SK그룹 AI 반도체 전시물 등을 관람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 앞서 SK그룹 AI 반도체 전시물 등을 관람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총 800조원 규모의 서남권 반도체 생산기지 건설 계획을 공식화한 가운데 인공지능(AI) 수퍼사이클(초호황기)의 지속 가능성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설비가 완공된 뒤 과잉 증설로 인한 ‘다운사이클’이 겹칠 경우 업계에 ‘비용 폭탄’ 청구서가 날아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에 기댄 대형 투자 집행으로 예상치 못한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삼성전자는 약 400조원을 투입해 광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팹) 2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도 400조원 규모의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에 이어 호남 지역에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가 추가로 들어서는 셈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360조원, SK하이닉스는 600조원을 투입해 경기 용인 지역에 반도체 생산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전날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시점에 대해 “일본 구마모토 (반도체 생산기지)는 2년 만에 기반 공사를 마치고 공장이 새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이번 정부 안에 완공시키는 것을 목표로 도전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지금의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언제까지 지속되느냐다. 반도체 산업은 수요가 폭발하는 호황기에는 가격 급등의 이점을 안고 생산량에 비례해 큰 이득을 볼 수 있지만, 사이클이 꺾이는 불황기에는 수요가 급감해 재고를 떠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지난 2017~2018년의 경우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이 잇따라 대형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면서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는 일제히 대규모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늘렸다. 하지만 2018년 이후 빅테크 고객사들의 메모리 주문량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자 메모리 가격은 폭락하기 시작했다. 2019년 D램 가격은 전년 대비 40%, 낸드플래시 가격은 60%까지 떨어졌고 메모리 업체는 극심한 다운사이클을 겪었다.

2022~2023년에도 수요 둔화에 따른 반도체 업계의 불황이 찾아왔다. 반도체 업계는 챗GPT 등 생성AI 열풍에 생산량을 확대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둔화하며 가격이 급락했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은 2023년 1분기 영업손실 4조5800억원을 기록하며 14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고, 2분기에도 4조36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2년 주기를 이어갔던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예년보다 길어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3년 내에는 다운사이클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8년 상반기까지는 메모리 공급 부족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2029년부터는 완만한 다운턴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꺾이는 시점과 용인·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 시점이 맞물릴 경우 엄청난 경제적 타격이 우려된다”며 “설비 구축 후 다운턴에 접어들 경우 1년에 수조원 이상 감가상각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투자 집행에 따른 부담은 오롯이 기업의 몫”이라며 “장기간 지속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인 만큼 경영 환경 변화에 따른 대처가 가능하도록 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경미([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