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에 참석해 전날 발표한 호남 반도체 투자에 대해 “제가 직접 관할해서 집행을, 기획을, 총책임을, 또 최종 책임을 확실히 지겠다”고 강조했다. “그냥 정치인들이 하는 정책 쇼나 보여주기가 아니고 ‘진짜로 하는구나’ 꼭 보여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왜 호남에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지를 소상하게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저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이 됐다”며 “제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가치나 이상, 어떤 열망, 열정 이런 걸 포기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으로서 민주당의 지역적 기반인 호남에 투자가 이뤄지는 게 자신의 가치와 이상 등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또한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으면 국가가 없다)를 언급하며 “한국이 민주 국가로 발돋움하게 된 건 많은 우리 국민들의 노력의 결과이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호남의 노력이 매우 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미리 배포한 서면 축사에선 “아무런 보상과 대가 없이도 차별의 고통과 설움을 견뎌내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만들고 지켜온 호남에 대한 역사적·국민적 보상으로 생각하고 일체의 차질 없이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후보지를 항공시찰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이 대통령은 전날 직접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언급하며 “원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을) 다 끝내고 그 다음 단계로 (추가 공장을 건설)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제가 ‘지금 수요가 너무 폭증하니까 동시에 추진하자’고 말씀을 드렸다”는 일화도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호남에 대한 투자를 ‘기업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들이) 호남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좋게 말하면 유도, 좀 심하게 얘기하면 유인(을 했다)”면서도 “억압·강요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입지 선정 관련해서 여러 가지 반론들, 이견들이 있는데, 분명한 건 경제적 원리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은 용수와 전력 공급이 한계에 다다른 반면 호남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하고 땅값이 싸다는 점을 그 근거였다. 용수 부족 우려에 대해선 “호남을 개발에서 배제하면서 농업 도시 비슷하게 관리하는 바람에 수자원 관리가 엉망진창이었다”며 “앞으로 조정을 좀 하면 일간 용수 130만톤도 준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전날 각각 400조원씩 총 800조원을 투자해 호남에 반도체 팹(생산 시설) 4기를 건설한다고 밝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영현 부회장과 곽노정 사장이 각각 참석한 가운데 이날 정부 부처와 투자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진행했다. 두 회사는 이날 호남 투자의 배경, 투자 계획 등도 추가로 발표했다.
전영현 부회장은 “미래 반도체 수요는 엄청나게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여러 지역을 검토한 결과 전력·용수 등 반도체 필수 인프라와 인력 확보, 정주 여건 등 지원이 기대되는 광주를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해남 솔라시도에 17조원을 투자해 국가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곽노정 사장은 “전국에 15기가와트(GW) 수준의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서남권에는 1GW 규모의 AI 데이터 센터를 구축해 반도체 생산과 AI 컴퓨팅이 시너지를 내는 AI 산업 생태계를 이곳에서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다만, 양사 모두 반도체 팹의 구체적 입지는 밝히지 않았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가 3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앞서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도 호남 반도체 투자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걸(호남 반도체 투자) 가지고 지역 차별 운운하는 경우도 있긴 한 것 같다”며 “이번 사안만 보면 호남 지역의 투자가 조금 많은 게 사실이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누적된 투자량을 비교한다면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아픈 과거지만 영·호남 차별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그걸 억지로 교정할 수는 없었는데, 마침 새로운 환경으로 그 불균형을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됐다”고 했다. 영남이 호남보다 인구가 2.5배 수준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호남이) 장기간 방치되고 개발에서 소외되면서 오히려 용수나 전력·토지가 잘 보존된 측면이 있다”며 “때마침 AI 열풍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 됐고, 여력이 있는 공간이 호남이었기 때문에 이런 결정에 이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기업인을 향해선 재차 감사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는 차별과 배제·불균형을 낳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는 동시에 전국이 고른 성장 기회를 누리도록 ‘모두의 성장’ 시대를 여는 핵심 열쇠”라며 “대한민국의 더 큰 도약을 위해 담대한 결단을 내려 준 기업인 여러분께 다시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 앞서 SK그룹 AI 반도체 전시물 등을 관람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국민의힘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비판을 이어갔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호남 반도체 투자에 대해 “광주·전남 반도체 산업 투자는 정치 공학에 따른 결정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며 “국정조사를 진지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번 삼성과 SK의 투자금은 최순실 게이트의 액수와 비교하면 수천 배가 넘는다”며 “강요나 협박이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탄핵과 형사 처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