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무조건 시민권을 주는 출생시민권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출생시민권 폐지를 추진한 트럼프 정부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3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출생시민권 폐지 행정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원심과 마찬가지로 인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한 뒤 미국의 출생시민권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시민권자·영주권자가 아닌 임시체류 신분의 외국인 자녀나 불법체류자 자녀가 미국에서 태어나더라도 시민권을 주지 않겠다는 시도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1일 대법원 변론에서도 “단순히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시민권을 줄 수는 없으며, 부모의 합법적 체류 여부와 미국에 대한 충성 관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트럼프도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대법원 변론에 출석해 행정부 입장에 힘을 실었다. 다만 직접 발언에 나서지는 않았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6대 3 의견으로 취소 판결했다. 소송의 핵심은 수정헌법 제14조 해석이었다. 남북전쟁 직후인 1868년 채택한 수정헌법 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사람을 모두 미국 시민이라고 규정한다. 기존 판례도 수정헌법에 따라 부모의 체류 신분과 관계없이 미국에서 태어난 거의 모든 이에게 시민권을 부여했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 추진에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월 상호관세 위법 판단에 이어 또 한 차례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