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는 늘 잡음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잡음이 아니라 신호들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이 서로 다른 미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분쟁은 에너지 시장의 불안을 키우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키웠다. 물가 압력은 되살아나는데 실질소득 증가는 둔화하는 이중고다.
시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물가 안정과 완만한 성장 둔화를 바탕으로 주요 중앙은행들이 차례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2분기를 지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은 후퇴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상적인 거시경제 환경이라면 에너지 가격 급등과 금리 부담은 주식시장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예상보다 견조하다. 미국 경제와 기업 실적, AI 투자 붐이 주가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주식시장은 세 가지 믿음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중동발 인플레이션은 제한적일 것, 중앙은행은 다시 공격적인 긴축으로 돌아서지 않을 것, 기업 이익은 높은 금리 부담을 견딜 만큼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다. 이 가운데 하나만 흔들려도 시장이 감당할 여지는 빠르게 좁아질 수 있다.
반면 채권시장은 훨씬 냉정하다. 선진국의 장기 국채금리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재정 적자 확대, 중앙은행 정책의 불확실성이 겹치며 꾸준히 상승했다. 경기 둔화를 예상해 방어적으로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채권 가격 하락과 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이중의 부담을 떠안았다.
이 같은 환경은 포트폴리오 구성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장 자산에 대한 투자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위험과 높은 장기금리, 변동성 확대가 겹치는 환경에서는 보다 정교한 분산투자가 필요하다. 주식과 채권만으로는 다양한 성장과 물가 시나리오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처럼 주식은 낙관을, 채권은 경계를 반영하는 시장에서는 어느 한 자산에만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포트폴리오가 중요해진다. 이런 점에서 실물자산, 특히 인프라는 다시 주목할 만하다.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인플레이션 대응력, 주식시장과 상관관계가 낮다는 점은 인프라 자산의 강점이다. AI 확산에 따른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투자, 에너지 전환 등 장기적인 구조적 성장 흐름에도 참여할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일상화되고 국채의 방어력이 예전 같지 않은 시대에 인프라는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유력한 대안으로 다시 평가받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중요한 것은 미래를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어떤 미래도 견딜 수 있는 포트폴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