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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이후 감독만 16번 바꾼 한국축구, 사람이 문제가 아니다

중앙일보

2026.06.30 13:00 2026.06.3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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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자 정치권에서도 감독 선임 과정의 책임 문제를 제기하며 개혁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 뉴스1

한국축구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자 정치권에서도 감독 선임 과정의 책임 문제를 제기하며 개혁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 뉴스1



한국 축구, 싹 갈아엎어라 ③

1987년 6월 항쟁이 5년 단임 대통령제라는 정치 체제를 낳았다면, 한국 축구에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이 낳은 40년 묵은 시스템이 있다. 한동안 작동했지만 이제는 수명을 다한 틀이라는 점에서, 두 체제는 닮았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예선 탈락 이후 한국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지상과제로 삼아 1983년 프로축구를 출범시켰다. 국가대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벌 기업이 구단을 떠받치고, 단기 성과가 모든 것에 우선한 이른바 ‘86체제’다.

분명한 성과를 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을 포함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히딩크 감독은 대표팀을 클럽팀처럼 수시로 불러모아 조련했고, 특별법까지 만들어 병역 혜택을 안겼다. 단기간에 역량을 쏟아붓는 86체제의 최대 성과였다.

문제는 86체제가 그 성취의 순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87체제가 5년마다 정권이 바뀌며 국가 장기과제를 뒤집듯, 86체제는 감독이 바뀔 때마다 모든 게 백지로 돌아간다. 히딩크 이후 4년 임기를 채운 감독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이끈 파울루 벤투가 유일하다. 일본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8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다. 잦은 감독 교체는 축구 철학의 연속성을 끊어내고, 그때마다 한국 축구는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간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감독과 협회장 한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모든 문제를 봉합해 온 관성도 86체제의 한계다.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을 향한 비판이 거센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사퇴한다고 86체제가 바뀌는 건 아니다.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꿔야 진짜 변화다.

엘리트 육성과 국위 선양에만 맞춰진 채 생활체육이나 선수 개개인의 장기적 성장을 담아내지 못하는 것도 86체제의 그늘이다. 성적만 낸다면 가혹한 훈련도 ‘지옥훈련’으로 미화되고, 병역 혜택이 걸린 대회에 더 사활을 거는 부작용까지 낳았다. 축구계 내부의 자기 진단도 비슷하다. 한 축구 관계자는 “맨땅이라고 해서 잔디구장 만들어줬다. 훈련장 없다고 해서 지어줬다. 전용구장도, 2부리그도 다 만들어줬다. 이제 더 뭘 만들어줘야 하나”라며 “지금 시스템은 소수의 축구인들이 기득권을 누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K팝과 K드라마가 세계 초일류로 도약하는 동안 한국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전반은 정체하거나 퇴보했다. 한 축구협회 전직 직원은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보다 줄을 잘 서는 게 더 중요했던 것 아니냐”며 “과학적 데이터가 쏟아지는 시대에 감에 의존하는 용병술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86체제를 넘어서는 길은 감독 선임 방식, 엘리트 육성 시스템, 협회 조직 문화라는 세 축이 함께 움직이는 데서 시작된다. 이번 월드컵 참패에서 비롯된 분노가 사람을 바꾸는 일로 끝난다면, 한국 축구는 또 한번 86체제의 땜질 보수에 머물 것이다.





이해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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