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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은행 보낸 3000만 달러…현대 비자금, 누구 위한 돈인가

중앙일보

2026.06.30 13:00 2026.06.3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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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권 200억원이 다이너스티 승용차 안에 실리고 정상적으로 달리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검이 2003년 11월 서울 서초동 서울지법 앞에서 열렸다. 중앙포토

1만원권 200억원이 다이너스티 승용차 안에 실리고 정상적으로 달리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검이 2003년 11월 서울 서초동 서울지법 앞에서 열렸다. 중앙포토



13화. 스위스 은행에 송금된 현대 비자금의 3000만 달러의 행방


·1만원권 지폐 50만 장 돈다발을 승용차 한 대에 실을 수 있을까.

·500㎏에 달하는 돈다발을 실은 승용차는 제대로 달릴 수 있을까.

2003년 11월 21일 오후, 서울지법 중앙현관 앞에서 이색적인 현장검증이 실시됐다. 운전석을 뺀 공간에 40억~50억원의 돈다발을 채운 승용차가 오르막길을 원활하게 주행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금품수수 사건 재판에서 검찰의 “된다”와 피고인의 “안 된다”가 다투자 “그럼 해보자”라며 판사가 솔로몬의 지혜를 낸 것이다.

발단은 그해 8월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하 존칭 생략)에 대한 대검 중수부(중수부장 안대희)의 구속기소였다. 현대그룹으로부터 금강산 카지노와 면세점 허가 등 대북사업을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억원을 받은 혐의였다. 그런데 문제의 돈을 받는 방식을 놓고 검찰과 권노갑이 진실 공방을 벌였다.

2003년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현대 비자금 사건 관련 증인으로 출석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오른쪽부터)이 증인석에 앉아 있다. 중앙포토

2003년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현대 비자금 사건 관련 증인으로 출석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오른쪽부터)이 증인석에 앉아 있다. 중앙포토


검찰은 현대 측이 권노갑에게 1만원권 지폐 2억원과 3억원이 담긴 사과박스 15~18개(40억 또는 50억원)를 4∼5차례에 걸쳐 모두 200억원을 현대차 세단 ‘다이너스티’에 실어 날랐다는 현대 직원의 증언을 제시했다. “트렁크와 뒷좌석에 현금 상자가 가득 차 교통사고가 나면 돈이 터져 나갈 것 같아 걱정했다”는 승용차 운전사의 진술도 있었다. 운반 코스는 언덕길이 포함된 서울 계동 현대사옥~남산 하얏트호텔~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뒷길이었다.

권노갑은 금품수수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 그의 변호인은 돈의 무게나 승용차의 공간을 고려할 때 200억원을 승용차로 운반해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결국 사건을 담당한 서울지법 판사는 현장검증을 통해 진실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법원은 시내 은행에서 현금 2억원(1만원권 지폐 1000장 묶음 1000만원 x 20개 다발)과 3억원(1만원권 1000장 묶음 1000만원 x 30개 다발)을 사과상자에 넣은 뒤 무게를 쟀다. 2억원 상자(가로 51 x 세로 28.5 x 높이 24.3㎝), 3억원 상자(가로 50 x 세로 36.8 x 높이 28.9㎝)의 무게는 각각 23.2㎏, 34.7㎏.(※당시 최고가 현금은 1만원권이었음. 5만원권 현금 지폐는 2009년 6월 23일 처음 발행됨.)

현장검증은 2억원 상자 14개(28억원)와 3억원 상자 4개(12억원)에 든 40억원을 다이너스티 승용차에 싣기로 했다. 현금 지폐 대신 같은 무게의 복사용지를 사용했다.

40억~50억원의 현금 상자가 모두 차 안에 들어가거나 아니거나, 돈을 실은 승용차가 제대로 달리거나 아니거나. 검찰의 수사 정당성과 권노갑의 유무죄가 달렸다. 실었을까? 달렸을까?

여기서 잠깐. 권노갑의 200억원 수수 의혹 사건의 속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03년 여름 대검 중수부는 김대중(DJ) 정부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특검에게서 이어받아 수사하던 중 현대그룹의 수상한 비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이어 권노갑의 200억원과 DJ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의 150억원 수수 의혹, 스위스 은행으로 송금된 현대 비자금 3000만 달러의 행방,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투신자살로 복잡하게 얽힌 사건의 미로에 빠져들었다.

‘칼의 춤, 검찰 징비록’ 취재팀은 당시 검찰 수사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지금껏 베일에 가려져 왔던 비밀을 채굴했다. 현대 비자금 사건은 돈을 줬다는 사람은 세상을 떴고, 돈을 받았다고 지목된 사람은 “그런 일 없다”고 버티고, 돈의 흔적은 오리무중이 된 채 이상야릇한 미스터리에 싸여 있다.

그중에서도 3000만 달러의 종적은 유난히 특이했다. 취재 과정에서 스위스 UBS은행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간 3000만 달러의 최종 종착점이 누구인지를 암시하는 대목에서 전율을 느꼈다.
3000만 달러가 허공으로 사라진 현대 비자금 사건의 전말을 추적했다.
· 정몽헌 회장, “3000만 달러와 현금 200억원 줬다”
· “너무 많은 사람 다칠 수 있다”…극단적 선택
· 200억 권노갑 유죄, 150억 박지원 무죄…엇갈린 운명은 왜?
· 스위스 UBS은행에 송금된 3000만 달러의 종착지 미스터리
· 돈 준 사람은 있지만 받은 사람은 없는 미완의 수사
· “3000만 달러의 주인이 밝혀졌다면 현대사 바뀌었을 것”


(계속)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url을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1만원권 50억’ 승용차 달릴까…현대 비자금 유죄 가른 실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41191

‘칼의 춤, 검찰 징비록’ 또 다른 이야기
“김건희만 구속했어도 살았다” 78년 역사 자멸 이끈 檢의 패착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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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훈.백일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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