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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도전-절망은 없다

Chicago

2026.06.3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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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

이기희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다. 맨땅에 헤딩하며 몸부림 치면 살 길이 생긴다. 맨땅에 헤딩하면 머리가 깨지거나 다친다. 원래는 축구에서 공도 없는데 머리로 받으려는 무모함을 비유한 말이다. 지식•경험•조력 없이 상황이 여의치 않아도 아무런 준비•기반•정보 없이 일단 덤벼들며 도전한다는 뜻이다. 무에서 시작을 강조하는 맥락으로 쓰인다.  
 
기사도에 심취한 돈키호테는 자칭 편력 기사가 되어 세상의 악을 무찌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소설은 세르반테스가 당시 유행했던 기사도 소설을 조롱하기 위해 쓴 것인데 프랑스어, 영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등으로 번역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봉이 김선달은 철저한 사전 계획과 사람의 욕심을 이용한 심리전으로 대동강 물을 판다. ‘대동강 물을 판다’는 실제로 강물의 소유권을 거래했다는 뜻이 아니라 재치와 기지로 사회질서를 흔드는 기성 체제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설화의 인물로 설정됐다.  
 
인생은 허풍으로 살지 못한다. 심은 대로 거둔다. 허구적 사기극은 통하지 않는다. 시대를 앞서가는 창의력과 집념이 성공으로 가는 길목으로 통한다.  
 
제이드(JADE) 국제 무역 회사를 설립했다. 중국 거장들의 동양화 복사 수 만점을 주문했다. 미 중산층은 저렴한 투자로 디자이너 못지않게 집안 실내 장식을 한다.
 
형편에 따라 값비싼 오리지날 대신 집으로 배달되는 카다로그 복사품을 구입한다. 미국은 50개주, 주당 인구 분포 측정, 한 집에 동양화 복사판 한 점씩 걸면 손가락으로 대강 짚어도 천문학적인 판매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거금을 들여 카다로그를 발송했지만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다. 사업 경력이 전혀 없는 세르반테스식 대동강 물팔기는 완전 망했다. 부자(?)가 망해도 삼 년 간다는 건 빈말! 쪽박차기는 순간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국제아트쇼에 도전했다. 뉴욕 아트엑스포는 또 빈손 털이. 전시장 부스 임대료, 작품 우송비. 부스 장식 비용, 홍보비, 호텔 숙소비 등 적자에 적자가 억소리 나게 발생했다. 덕분에 세계적인 딜러들과 어깨동무하는 기회가 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보다 ‘개똥밭에 엎어져도 그림이 좋다’가 내 목표였다.
 
다음은 시카고 아트엑스포, 주최측에서 동양화 오리지날 6점 전시할 것을 요청했다. 급하면 질러간다. 망설일 틈이 없었다. ‘급하면 돌아가라’는 덜 급할 때 하는 말이다. 초고속 이기희 동양화 오리지널 6점이 탄생(?)한다. 수십년 동안 국제민속제에서 외국인들에게 손목이 휘도록 4군자에 한국이름 써주던 필력이 필살기로 환생했다. ‘Bamboo Forever1’ ‘Bamboo Forever 2’ ‘절벽의 난초’ ‘찔레꽃’을 출품했다.
 
그림과 축구가 한판 붙으면 축구가 이긴다. 고객들이 결승전으로 몰려가 전시장은 파리 날리듯 한산했다. 기적은 가장 절망에 빠진 순간에 승리의 깃발은 흔든다. 세계적인 ART Publishing 회사 New York Graphic Society와 밴틀리 하우스 대표가 심심풀이로 전시장을 돌다가 내 작품과 출판 계약을 맺는 이변(?)이 발생했다. 엎어져 코 깨지던 사업이 일취월장, 화가로 인정받으며 국제 딜러 반열에 서게 된다.  
미술시장 판도를 장악하던 유대인들 속에 새까맣게 쪽진 머리의 한국 여자가 등장했다. 기회는 천금이다. 그냥 놓칠 수 있으랴! 딜러들과 악수하며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대량 구입했다. 미 중서부에서 가장 멋지고 웅장한 현대미술 화랑을 오픈 하기로 결심했다.
 
무모한 도전은 없다.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헷갈리면 도전이 정답이다. 절망은 마른 땅에 꽃을 피운다. 삭풍이 가지를 모질게 꺾어도 죽지 않으면 살아남는다.
 
뒤돌아보지 않으면 앞길이 보인다. 반창고를 한 웅큼 쥐고 맨땅에 헤딩 하라!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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